[별빛마을 별빛아이들] 아이들에게 한여름 장맛비를 온몸으로 맞게 할 수 있는가?
[별빛마을 별빛아이들] 아이들에게 한여름 장맛비를 온몸으로 맞게 할 수 있는가?
  • 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 승인 2019.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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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으로 몇 년간 함께 한 장학사로부터 별빛의 사례발표 제안을 받았다. 이번 컨퍼런스 주제가 ‘공간자치’였고 내게 주어진 제목은 ‘농촌지역의 마을교육공동체 공간활용’이었다. 부담이 크다. 후~~깊은 한숨을 내쉬고 강의 자료를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모범사례라 하기에도 어려운 ‘별빛’ 공간이고 아이들과 지내면서 ‘공간’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느끼고 있던 터라 그냥 있는 그대로 솔직히 얘기하고 싶다. 다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른들의 공간을 아이들의 공간으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흔한 마을의 어떤 건물과 지형, 공터에 아이들의 숨결을 불어넣어 진짜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바꾸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놀이터 전문가 편해문 선생님은 어느 놀이터 강의에서 ‘놀 공간, 놀 시간, 놀 친구’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다. 단순히 놀이터만 잘 짓는다고 해서 좋은 놀이터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마을교육공동체에서 ‘공간’의 중요성과 가치를 화두로 끄집어 낸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고 대단히 기쁜 소식이다. 그러나 이런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지 않고 ‘공간사업’에만 국한된다면 마을과 학교, 아이들은 또 다른 정책 피로감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아이들은 자유로운 시간과 함께 놀 친구, 그리고 안전하다는 신뢰감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재미있고 즐거운 공간으로 재창출해 내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존재들이다. 우리 어릴 적을 생각해보자. 학교 교실이건 복도건 운동장 또는 마을의 냇가, 골목길, 뒷동산, 마당조차 우리들의 무한한 놀이터였고 배움터였다.

특히 ‘마을교육공동체’를 고민하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에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난 차라리 ‘마을놀이공동체’라고 바꾸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곤 한다. 교육, 학교라는 단어가 아이들의 관점에서 보면 ‘또요~~학교에요? 교육이에요?’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마을’은 놀이터요 숨 쉴 수 있는 휴식처면 되지 않을까? 그 속에서 자연스럽고 건강한 배움과 성장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안전하게 마을을 가꾸고 그 곳으로 아이들을 데려다 놓으면 된다. 일본 산촌유학을 시작한 아오키 선생님은 ‘자연은 가장 위대한 스승이다. 우리는 그 자연 속에 아이들 손을 잡고 데려다 놓으면 된다’라고 하셨다.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어른들의 지나친 개입과 간섭을 경계하자고 말하고 싶다. ‘별빛’에 아무 활동이 없는 어느 뜨거운 여름 일요일, 마을의 초롱이냇가(아이들이 스스로 이름 붙였다)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모인 아이들의 물놀이를 본 적이 있다. 어떤 프로그램도 교사도 어른도 없는 그 곳에서 아이들은 정말 신나고 재밌게 놀고 있었다. 그 날 그 냇가에서 아이들은 혼자가 아닌 다른 친구들과의 즐거움을 느꼈을 것이고 미숙하고 엉성한 개헤엄을 배웠을 것이고 그 놀이터를 지배하는 ‘온전한 주체’였을 것이다. 불안한 사회를 만들어놓고 우리 어른들이 ‘이 세상은 위험하니까 내가 널 지켜야 돼’라고 하는 모순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놀고 책임지는 아이들로 컸으면 좋겠다는 나의 작은 바람이 그 초롱이냇가에 있었다.

별빛은 지금 정부사업으로 지어진 건물에 입주해 있다. 준공 후 2년간 사용하지 않던 새 건물을 몇 년 전부터 별빛아이들이 매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잡초 속에 덩그러니 흉물스럽게 버티고 있던 건물에 숨결과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아이들 그 자체였다. 핵심은 정말 우리가 아이들을 그 공간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그들에게 그 공간을 내어주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낯선 이웃집 할머니와 다정하게 손잡고 앞산으로 봄나물을 뜯으러 갈 수 있느냐?’

‘여름날 아이들에게 장대같은 장맛비를 온 몸으로 맞게 할 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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