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응한 노인들의 춘천살이는 소박했다.
“자연환경이 좋지, 사람들도 온순하고. 복지관의 숫자나 공간이 부족해. 버스 노선도 개선됐으면 좋겠어.”

춘천은 과연 노인들에게 좋은 도시가 맞는가? 《춘천사람들》은 춘천 노인들의 생각과 삶이 궁금했기에, 기존의 데이터에서 탈피해 거리로 나가봤다. -편집자 주

《춘천사람들》은 한림대학교 고령사회연구소 김영범 교수의 연구를 인용해 춘천 거주 노인 가운데 7.15%가 우울 증상을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수치는 전국의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노인 비율 8.7%(2016년 국민건강실태조사)에 비해 높은 수치는 아니나 그렇다고 현저히 낮은 수치도 아니다. 동 연구소 김영범·유지연·임연옥 교수의 ‘2016년 춘천 노인생활실태 조사 개요’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열악하다고 느끼는 춘천 노인의 비율도 63.3%로 ‘2014년 노인생활실태 조사 개요’에서 그렇다고 응답한 전국 노인 비율 49.7%에 비해 높은 수치였다. 이러한 수치들에도 불구하고 춘천은 과연 노인들에게 좋은 도시가 맞는가?

인터뷰에 응할 정도의 적극성을 가진 몇몇 노인들에게 얻은 답변은 우울증이나 경제적 열악성과는 다소간 거리가 있다. 이 인터뷰는 그래서 문제를 드러내지 않은 춘천지역 노인들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노인복지관에서 체조를 하고 난 후 손을 흔들며 밝게 웃는 노인들
노인복지관에서 체조를 하고 난 후 손을 흔들며 밝게 웃는 노인들

홍천이 고향인 변병규(75·효자2동) 씨는 춘천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춘천에 정착하게 됐다. 이후 경찰공무원이 됐고, 40년 가까운 경찰 생활 동안 춘천을 떠나 있던 기간은 고성에서 근무하던 2년이 전부였다. 지금은 노인복지관의 이용자 대표를 맡아 이용객들의 애로사항을 상담하는 일로 봉사한다.

그에게 춘천의 장점을 물었다. “춘천의 장점은 뭐, 교육도시이고 자연환경이 좋다는 것이지. 사람들도 온순하고. 문화·쇼핑·종교·사회 시설들도 잘 갖춰져 있고, 소양댐·춘천댐 등 교외로 나들이 가기 좋아. 어디 다른 데로 이사 가고 싶지 않아.”

시정부와 중앙정부에 바라는 점도 있었다. 

“주차시설이 너무 부족해. 그리고 시의 복지정책은 괜찮지만, 춘천의 노인들을 수용하기에 복지관의 숫자나 공간이 부족해. 나라에 바라는 점은, (문재인 정권 들어서도) 경제적으로 나아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물건 값이 많이 오른 것을 체감한다. 국민이 잘 살게 해 달라.”

이순재(73·온의동) 씨의 고향은 경기도 포천이다. 전쟁 전, 그가 어렸을 땐 포천이 남북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는 북쪽에 살았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실향민인 셈이다. 그는 춘천에서 공무원을 하고 있던 남편과 결혼하면서 춘천에 정착하게 됐다. 평생 주부로 살아온 그는 요즘에는 손주들 유치원 등·하원을 시키며 바쁘게 살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복지관에서 이용객들 안내와 회원접수를 돕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그는 춘천에 대해 “깨끗하고, 걸어 다니기 편해. 자연스레 운동도 되고. 서울 같은 ‘빨리빨리’ 문화가 없어서 좋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기타나 라인댄스를 배우는 것이다.

이순재 씨와 한 동네 이웃이기도 한 김효순(78·온의동) 씨의 고향은 경기도 가평이다. 

가평에 있을 때 ‘한국전력’에 근무하던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이후 남편이 화천·양구 등지를 거쳐 최종적으로 춘천으로 전근하면서 춘천에 함께 정착하게 됐다. 춘천에서 산 지 벌써 40년이 됐다. 그는 주로 복지관, 군부대, 각종 행사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취미로 인라인 스케이트도 탄다.

그에게 춘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 지를 물었다. “직장생활을 안 해서 그런지, 춘천에서 살면 딱히 불편한 게 없어. 교통도 좋은 편인데, 이번에 택시비가 오른 게 좀 아쉬워. 버스비가 싼 편도 아니고. 송암스포츠타운까지 가는 버스 노선도 개선됐으면 좋겠어. 거기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봉사하러 가는데 그때마다 불편해.”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의 답변은 소박했다. “건강해야지. 건강해서 앞으로 봉사활동을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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