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돼지풀, 가시박 등 생태계교란식물 제거작업 시작
기존 생태계 위협…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알레르기 비상

춘천시는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생태계교란식물 제거작업을 실시한다.

안경원 연구원
안경원 연구원

현재 국내에는 돼지풀, 가시박을 비롯한 많은 외래생물이 들어와 있다. 몇 년 전부터 외래종인 핑크뮬리가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자 지자체들은 앞 다투어 핑크뮬리 군락지를 조성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핑크뮬리의 식재면적이 현재 축구장 16배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식물만이 아니다. 남아메리카 원산인 붉은불개미는 국내에서는 2017년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처음 발견된 생태계교란생물에 추가됐고, 꿀벌을 잡아먹는 외래종 등검은말벌의 경우 농가 및 생태계 피해액이 연간 1천750억 원인 것으로 추정되어 지난해 12원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등검은말벌에 대한 생태계교란생물 지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춘천시도 매년 생태계교란식물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생태계교란식물 제거작업이 시작되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강릉원주대학교 생물학과 생태학실험실 박사과정 안원경 연구원을 만나보았다.

◎ 춘천시는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생태교란식물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주로 돼지풀, 가시박이 대상이다. 이 식물들은 무엇이 문제인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도 한다. 돼지풀의 경우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꽃이 피는데, 이때 많은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 사람들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호흡기가 약하거나 비염이 있으신 분들은 무척 조심해야한다.

다음으로는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생태계 전체에 위협이 된다. 돼지풀과 가시박은 1년생 식물로 주로 강이나 하천의 가장자리에서 서식한다. 춘천에서는 주로 북한강과 소양강의 지류에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최근에 들어 공지천과 만천천 등 도심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돼지풀과 가시박 모두 성장속도가 빨라 다른 식물들이 햇빛을 볼 수 없게 만들어 싹을 틔우는 것을 방해한다. 이들 생태계교란식물은 주변의 식물과 어울려 자라지 않고, 뛰어난 생장속도와 번식력으로 그들만의 군락을 만들어 자라기 때문에 기존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 생태계교란식물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개화기 이후 여러 나라와 인적 물적 교류가 늘어나게 되면서, 많은 생물들이 같이 들어오게 되었다. 보통 생물은 본래의 서식지를 벗어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외래생물이 우리나라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하기도 한다. 이런 생물들을 외래생물 또는 귀화생물이라고 부른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기존 생태계를 위협하기도 하는데 이런 생물을 ‘침입종’ 또는 ‘침략종’으로 지칭한다.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생물을 환경부에서 ‘생태계교란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생태계교란생물은 총 21종으로, 동물로는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배스, 꽃매미, 붉은불개미 등 7종이 있고, 식물로는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갯줄풀, 영국갯끈풀 등 14종이 있다.

가시박(왼쪽 사진). 열매에 가시가 있어서 가시박으로 불린다. 돼지풀(오른쪽 사진). 많은 양의 꽃가루가 나와 알레르기성 비염과 각종 호흡기질환을 유발한다.      사진=국립중앙과학관
가시박(왼쪽 사진). 열매에 가시가 있어서 가시박으로 불린다. 돼지풀(오른쪽 사진). 많은 양의 꽃가루가 나와 알레르기성 비염과 각종 호흡기질환을 유발한다. 사진=국립중앙과학관

◎ 춘천시는 생태계교란식물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하고 있다. 어떻게 제거해야 하나?

생태계교란식물을 제거하는 방법으로는 뿌리째 뽑기와 줄기 자르기, 꽃이나 종자 제거의 방법이 있다. 예초기로 제거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식물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위의 방법이 주로 쓰이게 된다. 직접 눈으로 생태계교란 식물을 확인하고 손으로 일일이 제거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예초기나 낫으로 줄기 자르기를 할 수 있는데, 남은 줄기에서 새로운 싹이 올라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뿌리에 가까운 곳을 잘라야 한다. 그러나 미국쑥부쟁이 같은 식물들은 뿌리만 남아있어도 다시 싹이 올라오기 때문에 식물에 따라 다른 방제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게다가 생태계교란식물을 제거했다 하더라도, 땅속에서 휴면을 하고 있는 종자가 있기 때문에 올해 다 제거 했다고 하더라도 내년 혹은 그 이후에 또 올라 올 수 있다. 따라서 생태계교란식물은 수년에 걸쳐 지속적인 관찰과 제거작업을 해야 한다.

◎ 힘든 작업이다. 대안은 없나?

생태계교란 식물을 제거하는 일은 쉽지 않다.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집을 태울 수 없듯이 생태계교란 식물이 있는 지역을 모두 갈아엎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돼지풀잎벌레를 이용해서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을 방제하기 위한 연구가 있기는 하지만, 돼지풀을 없애기 위해 돼지풀잎벌레를 대량으로 자연에 풀어놓게 된다면 이 벌레로 인해 생태계가 또 다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생물방제를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 마지막으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달라.

생태계교란생물의 관리는 환경부와 지방정부에서 하고 있지만, 적은 예산과 낮은 효율로 인해 금방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 생태계교란생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제거작업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보면 시민 과학(citizen science)의 일환으로 비전문가인 시민들과 함께 이러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학생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교육과 홍보, 그리고 자원봉사와 같은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이와 더불어 지속적인 방제와 모니터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부와 지방정부가 꾸준히 지원을 해 준다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홍석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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