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심사 당일 불출석사유서 제출 … ‘미국·캐나다 연수’ 결국 취소
문화콘텐츠과, “1인당 50만원 씩 6개월이면 전문배우 20명 양성” … “글쎄?”

춘천시가 야심차게 계획 중인 ‘아시아의 할리우드 춘천’ 조성 프로젝트가 여러 가지 문제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6일 290회 춘천시의회에서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의원들은 시의 문화콘텐츠과가 주도하는 ‘아시아의 할리우드 춘천’ 조성 프로젝트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춘천시 문화콘텐츠과의 국외연수 문제로 상임위원회가 정회됐다.
춘천시 문화콘텐츠과의 국외연수 문제로 상임위원회가 정회됐다.

시작은 문화콘텐츠과 과장 외 2명의 직원이 이달 25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9박 10일간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와 캐나다 밴쿠버를 시찰하는 국외연수 계획에서부터 시작됐다. 연수내용 자체는 일반적이었지만 시기가 문제였다. 지난 19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추가경정 세입·세출 예산안 심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업비 마련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안을 앞두고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예산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의사와 마찬가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상민 문화복지위원장은 “이번 추경은 1천460억으로 역대 가장 큰 예산이다. 당초예산 1조2천억원에 추경까지 더하면 원주시보다 많은 예산이다. 이렇게 큰 혈세를 어떻게 사용할지 심사숙고하는 상황에서 국외연수를 간다고 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성토했다. 덧붙여 “재선 의원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불출석사유서는 오늘 아침에 제출했다. 특히 신규 사업을 위한 예산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26일(금)에는 지역 영화창작스튜디오 구축 공모사업 면접심사가 있고 여기에 사정을 가장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과장과 실무담당자들이 가야하지만 국외연수 때문에 국장이 대신 참여하기로 한 내부 결정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시 담당자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정회되었던 회의는 부시장이 직접 의회를 방문해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국외연수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히고서야 재개될 수 있었다.

이후에도 문제점은 속속 드러났다. 김지숙 의원은 먼저 춘천에서 촬영을 하는 영화사가 현재 강원영상위원회와 춘천시로부터 이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 “영화사들이 전국을 떠돌면서 어딘지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짧은 컷을 찍고 최대한 많은 지원금을 받아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화콘텐츠과는 “우리가 하려는 사업은 춘천시가 영화에 등장해 춘천시를 홍보하는 것보다는 영화관계자들이 춘천에 머물면서 먹고 자고 쓰는데 드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김 의원은 “들이는 예산에 비해 얼마나 수익이 창출될 수 있겠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 의원은 이어서 지난 3일 춘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회특별시를 위한 토론에서 찬성 측만 있었을 뿐 반대 측이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찬반토론을 통해 “장점과 단점을 모두 파악하고 시민들이 판단하게 해야 하는데 이해당사자들만 우루루 나와서 떠드는 것이 무슨 토론이냐”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영상관련 인력양성지원에 6천만 원을 책정한 것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계획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문화콘텐츠과의 계산에 따르면 1인당 50만원 씩 20명에게 6개월간 지급해서 보조출연자가 아닌 전문 배우를 양성한다는 것인데 배우가 그런 식으로 양성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홍석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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