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지난 7년간 사업추진의 부실을 차치하고 최근 1년여만 보더라도 레고랜드 사업과 관련한 강원도의 거짓 해명과 도민 기만은 차고도 넘친다.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해 5월, 강원도는 멀린사가 직접 투자한다며 레고랜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처럼 발표했다.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합리적인 지적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라며 무시했지만 결국 레고랜드 테마파크는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지난해 말 강원도는 사업 주체를 아예 멀린사로 변경하고 멀린사가 직접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며 사업주체 변경협약을 맺었고, 도의회는 불분명한 자금 확보 계획과 강원도의 일방적인 손해 감수 등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의회차원의 검증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이를 통과시켜주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강원도는 3월이면 레고랜드가 착공될 거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자금 확보나 설계문제를 마무리하고 6월이면 착공할 것이라 멀린사와 강원도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6월 착공 역시 매우 어렵다. 당장에 테마파크와 레고호텔을 위해 3천억원을 투자한다는데, 그 중 멀린이 2천200억원, 강원도가 800억원을 낸다고 한다. 멀린사는 2천200억 원 중에서도 1천300억을 외자유치를 통해 조달하겠단다. 직접투자하겠다더니 돈은 따로 구해야 한단다. 이것이 기만이 아니란 말인가? 강원도가 멀린과의 사업주체 변경협약을 통해 800억 원을 부담하는 것도 문제다. 이 800억 원은 중도를 담보로 PF대출해서 받은 2천50억원의 잔액이다. 이는 사업부지의 기반조성공사에 사용되어야 할 금액임에도 멀린사에 내주기로 한 것이다. 멀린사가 테마파크든 호텔이든 올리기 전에 기반조성공사는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남은 돈을 다 멀린에 내주고 무슨 돈으로 기반조성공사를 하겠다는 것인가? 그런데도 무턱대고 6월 착공을 주장하면 도민이 믿어줘야 하는 것인가?

이뿐만 아니라 사업주체가 멀린사로 변경 되면서 시공사를 재선정 하겠다는 부분도 강원도의 무능을 그대로 증명한다. 문제가 큰 변경협약 자체에 동의 할 수도 없지만, 최소한 기존에 LL개발과 테마파크 시공사로 맺은 계약 승계 내용을 멀린사와의 변경협약에 담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멀린사가 시공사를 바꾼다면 기존 계약관계에 의해 최대 200억 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이걸 강원도만 몰랐다니, 도민의 혈세를 이토록 아무 생각 없이 써서야 되겠는가?

최초의 협약부터 최근의 변경협약까지, 세부적인 계약내용은 ‘영업비밀’을 핑계로 도의회에 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사업의 정상추진 여부와 혈세 낭비 여부에 대한 검증은 커녕 추산조차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도 강원도는 믿어달라는 말만 해왔고, 지역의 일부 언론은 여과 없이 도의 입장만 받아쓰면서 도민과 춘천시민을 속여 왔다.

이 과정에서 레고랜드를 강원도와 연결한 브로커, PF대출을 내준 금융사, 연결교량과 기반조성공사 등 토목공사를 따낸 건설사, 온갖 유리한 조건을 등에 없고 팔짱끼고 기다리는 멀린사는 이미 그들만의 경제적 이익을 취했거나, 취할 예정이다. 

그러나 강원도민과 춘천시민은 아름다웠던 중도와 유구한 역사유적을 폐허로 돌려받았다. 2천억원이 넘는 혈세 낭비는 물론 매일 불어나는 2천500만원의 이자 뒷감당도 문제다. 이런데도 레고랜드가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지 자문해 보자. 그리고 한 목소리로 요구하자.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 강원도는 그 거짓과 기만을 당장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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