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숙고하는 소비자로 하여금
우리 물건 선택하게 만들면 농민이 ‘갑’이 된다”

지난 3월 13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농협조합장 선거에서 춘천에서는 총 9명의 조합장이 새로 당선됐다. 《춘천사람들》은 신임조합장을 만나 그들의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김용종 조합장

1. 강원대학교 농과대학을 나오고 농협에서 근무하고 있다. 농업은 인간에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농업은 인간에게 생명줄, 아니 생명 그 자체다. 농작물은 생명이고 우리가 농작물을 먹는 것은 생명을 취하는 것이다. 사회가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농업을 비천한 직업으로 보기도 하는데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허름한 옷을 입는다고 해서 일의 가치까지 허름해지는 것은 아니다.

2. 요즘 취미생활로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다. 길러 먹는 재미에 빠져 전업 농업인이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막상 전업 농업인이 되면 취미로 하던 농업과 달라 당황하는 귀농인이 적지 않다. 조언을 하자면?

맞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무턱대고 뛰어들어 2~3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취미로 작물을 기르는 것은 말 그대로 취미생활이다. 농업만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취미를 직업으로 삼으려면 어떤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한다. 농업도 마찬가지로 철저한 준비와 공부가 뒷받침되지 않고는 농업인으로 정착하기 어렵다. 현실적인 조언을 하자면 처음에는 겸업을 하는 것이 좋다. 농사에 적응해서 어느 정도 수입이 있기까지는 3년 정도가 필요하다. 전문 농업인이 되기까지의 과도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3. 서면 지역 농업인에게 근교농업에 종사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작물로 아스파라거스가 있다. 어떤 이유인가?

춘천은 교통의 발달로 이제 원교농업보다는 근교농업에 더 적합하다. 특히 현재 서면지역 농업인은 매우 고령화되어 있다. 노동집약적 작물은 지양해야한다. 매년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추수하기에는 버겁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부추나 아스파라거스 같은 다년생 엽채류를 추천했다. 아스파라거스의 경우 한 번 심으면 15년가량 수확할 수 있다. 현재 30개 농가가 아스파라거스를 재배하고 있으며 고급화 전략을 써서 업체와 전량 계약돼 있다. 또 부추는 잘 시들기 때문에 수입이 불가능하다. 농가소득이 많이 향상됐다. 이제 쑥 재배를 준비 중이다. 쑥은 식재료뿐만 아니라 약재로도 쓰이고 비누제조에도 쓰인다. 이제 농업도 이렇게 전략적으로 종목을 선택해야하는 시대이다. 농협이 가장 우선적으로 할 일도 바로 이러한 연구를 통해 지역 농민을 조력하는 것이다.

4. 드론방제단도 운영하신다고 들었다. 생소한 이름이다.

마찬가지 이유다. 앞으로 농업인은 더욱 고령화 될 것이고 1인당 경작면적은 늘어날 것이다. 여태까지의 방제는 5인1조로 농약통을 들고 뿌리는 식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하루 종일 방제할 수 있는 면적은 고작 5천 평 정도이다. 그런데 우리 지역의 감자, 무, 배추 밭은 55만평이다. 병충해가 돌기 시작하면 100일 동안 뿌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드론을 이용해 살포하면 시간의 제약이 없다. GPS로 면적을 지정해주면 알아서 뿌린다. 농약이 떨어져 다시 채우면 어디까지 뿌렸는지도 정확하게 기억한다. 뿐만 아니다. 골고루 안개처럼 뿌리기 때문에 농약을 덜 써서 비용도 절감된다. 미국에 연수를 갔을 때 항공방제 하는 장면을 봤다. 한국은 미국처럼 땅이 크지 않으니 그 축소형인 드론이 적합하다. 현재 서면에는 농업사관학교가 있고 3명의 청년이 훈련받고 있다. 모두 드론 조종을 배우고 자격증을 딴다. 앞으로는 이렇게 인간의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농업의 과학화가 이루어 질 것이다.

5. 농산물 생산자가 가격을 주도해야한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다. 소비자는 마트에서 손쉽게 선택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생산자가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중요한 질문이다. 소비자가 마트에서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는 소비자가 ‘갑’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추첨을 통해 아무렇게나 물건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는 심사숙고해서 선택한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우리 물건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면 어떨까? 우리가 ‘갑’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려면 높은 수준의 품질을 생산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 지역 농업인들은 수시로 온도와 습도를 체크하고 기후를 관측하는 등 모든 신경을 농작물 재배에 쏟는다. 그 결과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게 돼 실제로 우리가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대표 작물인 감자의 경우 타 지역의 감자가 2만5천 원에서 3만 원 정도라면 우리 상품은 4만 원을 받는다. 마치 도예가가 최고의 작품을 빗기 위해 노력하듯 우리도 그렇게 노력한다. 일정 수준의 상품이 되지 않으면 가차 없이 폐기처분한다. 그것은 음식물을 낭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그런데 가끔 도시사람들이 차를 세워 놓고 폐기한 농작물을 가져가는 것을 보면 그렇게 화가 난다. 우리의 노력을 무시하고 우리가 개척하는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6. 농협은 공적인 성격이 강한 기관이다. 주민들에게 농업을 선도하고 조력하는 것 외에 더 확장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 있는가?

물론이다. 작년에도 다양한 공연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장수사진(영정사진)을 찍어드리는 행사도 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체험이나 정밀한 종합검진 등 도시지역에 버금갈 만큼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홍석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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