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대회 예결특위 결과 비공개…검표 결과마저 말 달라
시민사회, ‘평가할 권리’ 위해 기명투표 강력 재촉구

지난달 19일에 열려 4월 30일 종료된 제290회 춘천시의회 임시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시민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논란이 됐던 사안은 강원도의회가 도비 10억원을 전액 삭감했던 춘천세계불꽃대회 예산에 대해 춘천시의회가 시비 4억원을 통과시킨 것이었다.

《춘천사람들》 제172호(4월 29일 발행)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불꽃대회 예산은 문화복지 상임위에서 찬반 4대 3으로 통과됐으며, 26일과 29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에서도 민주당 김은석·송광배·이희자·김지숙·박재균 의원과 한국당 김보건·정경옥·김진호·한중일 의원 등 총 9명이 참여한 가운데 통과됐다.

지난 2월 11일 열린 제288회 춘천시의회 임시회의 본회의에서 ‘춘천시 신청사 건립 검증 및 개발지구 조사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에 대해 의원들이 기명 표결을 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약속을 지켰다는 평가를 얻었다. 사진=《춘천사람들》DB
지난 2월 11일 열린 제288회 춘천시의회 임시회의 본회의에서 ‘춘천시 신청사 건립 검증 및 개발지구 조사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에 대해 의원들이 기명 표결을 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약속을 지켰다는 평가를 얻었다. 사진=《춘천사람들》DB

어떤 의원이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4억원 통과’와 ‘전액 삭감’을 놓고 토론이 있기는 했지만 무기명투표를 한 관계로 어떤 사람이 실제로 찬성했고 반대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30일 열린 2차 본회의에서도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안’ 상임위 원안 가결에 대한 한국당 고옥자 의원의 반대토론과 관련한 기명투표만 있었다. 춘천세계불꽃대회 예산안 문제는 별도의 토론 신청이 없어 논의 없이 상임위와 예결위 결정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가결되었다.

지난 7일 이재수 시장이 사석에서 일부 언론사 기자들에게 불꽃대회를 도의회 동의 없이 함부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서 논란을 일단락 시켰지만 시민사회의 우려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불꽃대회 예산이 통과된 일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불꽃대회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다뤄지지 않음으로써 예결특위에서 예산 4억원 통과와 삭감의 의견을 제시한 의원들이 누구인지를 시민들이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무기명 비공개 투표가 이뤄졌음은 물론, 시의회가 투표 결과에 대해서도 외부에 공개하길 꺼리고 있기도 하다.

예결특위에 참여했던 일부 의원들은 본인의 의사 제시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며, 언론에 본인의 의사를 전달한 일부 의원들의 말도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표를 맡은 정경옥 의원과 송광배 의원 또한 “검표 결과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불꽃대회 예산 통과와 삭감 투표 결과에 대해 각각 “5대 4 또는 6대 3”, “6대 3 또는 7대 2”라고 언급할 정도다.

춘천시민연대는 “현재 시의원들 가운데 한국당 정경옥·김진호·한중일·이상민 의원과 민주당 박재균·송광배·김지숙·김양욱·김은석·이원규 의원 등 총 10명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표결실명제 도입을 포함한 ‘약속운동’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기명투표(표결실명제)를 원칙으로 하는 조례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은 아직 없으며, 현재까지 실시된 기명투표의 횟수도 저조하다”며 해당 의원들이 기명투표를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를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제10대 춘천시의회 본회의에서의 기명투표는 제288회 임시회에서 박재균 의원이 발의한 ‘춘천시 신청사 건립 검증 및 개발지구 조사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와 제290회 임시회에서의 ‘지하상가 관리 운영 조례안’ 원안 가결에 대한 찬반 투표 등 총 2회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의당 춘천시당 엄재철 위원장은 “시민들의 권리를 위임받은 의원들은 의정활동의 모든 것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 무기명 투표 자체를 없애고 전면적으로 기명 투표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무기명투표를 할 경우 당론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투표를 할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해서는 “정당 민주주의에서 당원들은 당론을 따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공식적인 당론이 정해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물론 당론이 정해지는 과정에서의 치열한 논쟁 역시도 시민들에게 공개돼야 한다”며 “기명투표가 자리 잡았을 때 끝내 당론을 따르지 않고 소신을 밝힌 의원이 있고 그로 인해 당으로부터 불이익을 받는다면 시민들은 해당 의원과 당에 대해서도 각각 평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강원대 행정학과 김대건 교수 역시 “시민들이 의원들의 행적을 평가하고 그 평가를 다음 선거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의무까진 아니더라도 기명투표를 원칙으로 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무기명투표는 정치인들이 본인의 실제 투표 결과와는 달리 상황에 유리하도록 왜곡해 외부에 알리는 ‘정치적 도피처’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무기명투표를 가능하게 하는 기초·광역의회의 회의규칙, 나아가 국회법도 큰 문제다. 춘천시의회 회의규칙 역시 제45조를 통해 ‘의장의 제의 또는 의원의 동의로 본회의의 의결이 있을 때에는 기명 또는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라고 명기하고 있으며, 국회법도 ‘기명·호명투표 또는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라는 말로서 무기명투표를 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떤 경우에 기명 또는 무기명투표가 이뤄지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례나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의장 재량권으로 투표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오·남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관행이 나쁘다면 고쳐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춘천의 시민사회단체 등은 춘천이라도 먼저 ‘투명 사회’로 가자고 외치고 있다.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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