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가 결국 시민들이 반대하는 세계불꽃대회 축제 예산을 지난달 30일 통과시켰다. 강원도의회에서는 미세먼지에 의한 고통, 대형 산불 후유증, 확실하지 않은 경제성 등의 이유로 전체 예산 18억중 도의 부담 분 10억 원을 삭감한 사업 예산이다. 

예산이 통과되자 이재수 시장은 시민들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체 사업예산 가운데 춘천시가 부담해야 할 4억 원이 시의회를 통과했지만 강원도의회의 동의 없이는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불꽃대회가 춘천시의 사업이 아니라 “강원도 사업”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면서 강원도의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도의회가 추경예산안 심의를 통해 지난 결정을 번복하지 않더라도 도지사가 자신의 권한으로 10억 원의 교부금을 춘천시에 지급할 수 있지만 그런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간담회 말미에 ‘도의 불꽃대회 사업의지에 공감하고 지원에 동참’하겠다고는 했지만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도시 숲 조성 등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온 이 시장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지였으리라 보인다.

일단 다행이다. 사실 불꽃대회는 지역민의 활동이나 지역의 산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축제여서 소모성이 큰 사업이다. 이를 통해 많은 산업 연관 효과가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그냥 돈을 하늘에다 쏘아 버리는 일이나 다름없다. 춘천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큰 사업적 연관효과가 없어 보인다. 춘천시 관광과에서는 ‘숙박업계와 요식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며칠 축제로 지속가능한 사업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이 예산으로 청년수당, 농민수당, 육아수당 등 시·도민의 기본소득을 더 키우는 편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폭죽을 만드는 기업에 거액을 갖다 줘야 할 말 못할 사정이 없다면 국비 조금 받겠다고 더 큰 손해를 감수할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중소 상공인의 지속가능한 매출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사업안을 짜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춘천시의회 의원들이 불꽃대회 예산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답을 금방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의원들은 한심한 결정을 내렸다. 더 한심한 일은 예산안 의결 과정이다. 가결이 되긴 했지만 그나마 상임위와 예결위 의안 심의 때는 경제성이 없어 보인다는 등의 이유를 든 반대 토론도 있었다. 하지만 본회의에서는 아무런 토론도 없이 예산안이 가결됐다. 반대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본회의 때 토론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결되었기 때문에 본 회의 토론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런 과정 탓에 춘천시민들은 불꽃대회 예산안 찬반과 관련하여 개개 의원들이 어떤 의견을 개진했는지 알 수가 없게 됐다. 불꽃대회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앞으로 올 선거에서 불꽃대회에 찬성하는 사람에게 표를 주지 않을 기회를 박탈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춘천시민연대는 표결실명제를 포함하는 의정활동 공개를 지난해 지방 선거 전 후보들에게 요구해 약속을 받는 사업을 전개했다. 현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하여 다수의 의원이 이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뭐가 두려웠는지 춘천시의원들은 본회의 토론을 아무도 제안하지 않았다. 이로써 찬반 의견이 어떻게 나누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약속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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