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인간은 사랑의 냄새를 잘 구분하도록 진화해 왔다
[기자의 눈] 인간은 사랑의 냄새를 잘 구분하도록 진화해 왔다
  • 홍석천 기자
  • 승인 2019.05.1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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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기자
홍석천 기자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제290회 춘천시의회(임시회)가 열렸다. 의회 일정기간동안 여러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는 공개적인 의견도 있었고 개인적인 의견도 있었다. 공통된 점은 듣다보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라는 사실이다. 모두 춘천의 면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의원들이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쟁점이 되었던 문제 중 하나는 세계불꽃축제에 관한 건이었다. 시와 시의원들이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고 시민들의 의견도 달랐다. 문화복지상임위원회 내에서도 시와 의회 사이의 공방은 이어졌다. 어려운 문제였지만 한편으로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장이라고도 느껴졌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거시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공통된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는 개체 수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늑대는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지만 고작 수 십 마리가 힘을 모으는 정도다. 그러나 인간은 일면식도 없는 수천만 명의 사람이 힘을 합쳐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개미나 벌처럼 진사회성 동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큰 규모의 개체가 모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언어 덕분이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생각을 공유한다. 

사람을 대규모로 결집시키는 극도로 세련된 언어를 종교나 이념 혹은 문화유전자(meme)라고 부른다. 그런데 언어가 세련되기만 하면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것일까? 현대의 과학은 세련되고 세밀한 언어로서 설득력은 충분히 갖추었을지언정 사람을 모으는 힘은 강하지 않다. 과거 인간을 매혹했던 여러 종교와 이념들에는 비밀한 사랑이 있었음에 틀림 없다. 

세계불꽃축제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개인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당론에 힘을 주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 혹은 개인의 생각과 양심에 따르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책결정자들의 생각과 의견에는 무엇보다 춘천시민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만 시민들을 응집할 수 있다는 경험칙이다. 물론 추상적인 사랑을 수치로 잴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결정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사랑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구분하도록 진화해 왔다는 사실이다.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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