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천홍(강원도교육연구원 파견교사)
민천홍(강원도교육연구원 파견교사)

한 학부모와 나누던 이야기의 일부다. “방송에서는 사교육 최대한 안하게 하기 위해서 여러 정보가 나오지만 현실에 와 닿는 것은 엄마들이 선행학습을 시키고 학원도 시키고 그런 거죠. 그러면 그것을 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을 하게 되요. 저는 개인 문제집을 골라서 할 수 있도록 해요. 아직 학습지, 학원 도움을 받지 않아요. 그런데 과연 문제집만으로 가능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집에서 엄마가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안 돼서 보내는 경우 많았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가면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겠어요.”

교육 시스템과 관련한 이런 불안의 정서는 특별한 몇몇이 아니라 많은 학부모, 학생, 교사가 공유하고 있는 정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최근 들어 4차산업혁명, AI혁명 등 미래 교육과 관련된 이슈와 학생부 종합전형, 수능, IB 등 대입과 관련한 논란들도 이러한 불안을 키우는데 일조하는 모양새다.

명확한 대상이 있는 공포와 달리 불안이라는 정서는 무엇인지 모르는 것 때문에 생긴다. 우리의 교육 논의가 불안 위에 있는 것은 교육이라는 것을 논할 때 매우 많은 부분이 훗날의 결과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미래 교육의 담론은 그야말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며, 여러 대입 제도와 관련된 논의 역시 공교육 제도의 뒷부분에 위치한 논의다. 즉 우리의 교육 이야기는 많은 부분이 ‘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과 ‘지금’의 이야기를 누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미래 사회가 가져오는 변화와 불안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본래 삶의 많은 부분은 예측하기 힘들고, 무엇인지 모르는 것들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앎을 통해 세상을 예측하고 해석하며 그에 따라 어떤 것을 선택하고 행동하면서 살아간다. 삶에서 정해진 정답이란 없으며, 그 것은 합의된 잠정적 결론을 살아내는 과정의 연속이다. 미래사회에 대한 논의는 기존의 보편적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외면해왔던 이런 알 수 없는 세상의 본질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런 변화라는 삶의 속성을 고려할 때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10여년을 참아 나중에 무엇을 할지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배움의 과정이 세상을 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있는지, 그 힘을 이용해서 세상에 발을 내딛고 다른 이를 만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는지를 논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방향으로의 성찰을 촉구한 것이 지난 10여 년간의 혁신교육의 흐름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아쉽고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대부분이 학교를 다녀보았기에 저마다 교육에 대해서 말할 때 ‘학교는 이렇지‘, ‘이래야 해‘라는 판단을 과거에 기대 쉽게 내리곤 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학교와 한 걸음 떨어진 사회는 물론 학부모와 교사들까지도 어쩌면 과거의 학교 교육에 더 익숙한 존재들이다. 이런 과거의 경험은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교육 주체(학생, 교사, 학부모)들 간의 만남과 대화가 필요하다. 만남과 대화 없이 서로에 대한 추측과 판단만으로는 서로에 대해서 이해할 수 가 없다. 

둘째, 만남의 목적을 학생의 배움과 성장 과정에 두고 지금 우리의 교육이 학생들에게 삶을 살아낼 능력을 길러주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학교는 궁극적으로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곳이다. 학생 간의 우열, 단순한 흥미나 만족을 넘어 학생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그 중심에 둘 때 그 대화가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셋째, 서로가 서로의 역할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바탕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대신 학생이 되어줄 수 없으며, 교사와 양육자 역시 서로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정은 기본적인 보살핌과 1차적인 지지의 기반이 되어주어야 하며, 교사는 교육과정을 통해 가정과는 다른 관계와 세계를 마주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러한 역할 차이에서 오는 인식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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