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와 택시업계 입장차 못 좁혀 … 마지막 간담회 무색
청춘노선 신설 계획에 택시업계 회의장 나가며 파행

강원대학교 캠퍼스를 통과하는 시내버스 노선안의 신설을 두고 강원대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첨예하다.

지난 2일 춘천시청에서는 강원대 캠퍼스를 통과하는 새 시내버스 노선안(이하 청춘노선)을 두고 강원대와 택시업계 그리고 춘천시 사이의 최종 간담회인 제3차 간담회가 열렸다. 그러나 청춘노선에 찬성하는 강원대와 청춘노선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양쪽 모두 이전 간담회에서의 주장을 반복하며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강원대 측 대표로 나선 이상준 강원대 총학생회장은 “강원대생은 주소지가 춘천이든 아니든 사실상 춘천시민”이라며 “시민의 권리를 개인적인 단체가 막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미 청춘노선 신설에 대해 상당수의 강원대 학우들의 서명을 거쳤다”면서 “청춘노선은 통학 시간에 치중돼 택시업계의 수익이 줄어드는 문제와는 크게 상관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에서 설명한 청춘노선 신설 이유에 반발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박상원 춘천개인택시 지부장.
시에서 설명한 청춘노선 신설 이유에 반발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박상원 춘천개인택시 지부장.

김은빈 강원대 총학생회 대외협력처장은 “최근 택시비 인상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도 힘들다”며 청춘노선 신설을 역설 했다. 

이러한 강원대 측의 주장에 대해 박상원 춘천개인택시 지부장은 청춘노선을 신설하지 말고 학생들에게 캠퍼스 밖까지 조금 더 걸을 것을 요구하며 “시내버스가 강원대 캠퍼스를 통과하는 것 자체가 택시 운수종사자 마음에 멍이 들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근성 한국일반노조 춘천지부장 역시 “강원대 캠퍼스에서 밖까지 2~3분밖에 안 걸린다”며 “차라리 강원대 주변을 다니는 버스 노선을 2~3원화 하라”고 요구했다.

김대성 대광운수 대표는 “택시는 전국적으로 감차되고 있는 추세”라며 “춘천 같은 대학도시에서 학생들이 쓰는 돈도 자영업자들의 큰 소득원인 점도 고려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강원대가 청춘노선 신설에 찬성하는 것은 셔틀버스를 줄여 이익을 보기 위함”이라는 택시업계의 주장에 대해 강원대 측은 “현재 셔틀버스는 통학 시간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금도 그 수가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청춘노선이 신설된다고 해서 셔틀버스가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9월에 개편될 춘천 시내버스 시스템을 총괄하는 박준수 대중교통 체계개편 TF 팀장과 정운호 춘천시 교통과장은 “젊은 사람들은 걸어야 한다는 택시업계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다”면서 “캠퍼스 밖까지 걸어가면 5~10분이 걸리는데, 이는 교통학적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청춘노선의 필요성을 밝혔다. 이어 택시업계의 ‘생존권 위협’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춘천시내에 1천700대의 택시가 있고, 하루 동안 강원대 캠퍼스를 드나드는 택시가 1천700대인 것을 볼 때, 현재 강원대 캠퍼스로부터 택시업계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평균적으로 1대당 하루 최대 5천원 꼴로 추산된다”며 “청춘노선 신설로 인해 감소하는 소득분에 대해서는 춘천시가 보전해 주는 조례 제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시민들에게 택시를 타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빠르고 편리해서 탄다’는 답변이 60% 이상인 만큼 택시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춘천시의 입장에 반발해, 김대성 대광운수 대표와 정기열 봉호택시 대표를 제외한 4명의 택시업계 관계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이날 간담회는 파행되는 모습을 보였다.

청춘노선 신설을 두고 반응들은 다양하다. 정기열 봉호택시 대표는 《춘천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간담회에 모인 개인택시와 회사택시, 노조 측의 입장이 모두 다르다. 개인택시는 차량도 9년 쓸 수 있지만 회사택시는 5년밖에 못 쓰는 등 지금도 사정이 어렵다. 청춘노선마저 생기면 생존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춘천시가 어떻게 손해를 보전해 줄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강원대 행정학과에 재학중인 이 씨는 “빨리 청춘노선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타냈고, 시민 김 씨는 “택시업계의 손해를 보전해 준다는 조건 하에 청춘노선의 신설에 찬성한다”면서 “다만 시내버스가 들어오면 캠퍼스의 운치 있고 고즈넉한 면학 분위기를 망칠까 염려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춘천시가 사실상의 청춘노선 신설을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 택시업계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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