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교수, “한국인의 낙천적 기질은 0%, 근면지수 높아”
“가장 빨리 고쳐야 할 것은 ‘잠’을 죄악시하는 문화”

시민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춘천 시민충전up 토크 콘서트’ 세 번째 강연이 지난 9일 평생학습관에서 열렸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 왔던 것들》의 저자로 각종 대중강연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김경일 교수의 심리학 강의였다.

김 교수는 먼저 인지심리학이 여타의 심리학과는 달리 매우 독특한 관점에서 인간을 진단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담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은 마음 자체를 탐구하지만 인지심리학은 마음을 몸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계량화·수치화가 가능한 몸을 탐구하고 거꾸로 마음을 진단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즉석에서 청중들과 간단한 실험을 해 보이기도 했다. 왼손을 좍 펴고 손바닥을 바라봤을 때 검지와 약지의 길이를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인간의 손가락은 태아 시절 물갈퀴가 달려 한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지만 모체의 호르몬이 투입되면서 세포가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 다른 신체기관이 세포분열로 형성되는 것이라면 손가락은 그 반대인 셈이다. 이때 에스트로겐이 많이 투입되면 검지가,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투입되면 약지가 길어지는데 이는 여성성, 남성성의 성향을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시민들이 김경일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자신의 왼손을 관찰하고 있다.
시민들이 김경일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자신의 왼손을 관찰하고 있다.

김 교수는 뒤이어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한국인의 기질이 실제로는 매우 독특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유태계 심리학자들이 한국인에게 지대한 관심을 갖고 근 20여 년간 한국인의 기질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 유태인 학자들이 특히 한국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독 한국에서만 유태인사회가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유태계 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하면서 한국인 기질 연구에 대한 결과를 빠르게 접할 수 있었는데 첫 번째 특징은 지능지수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낙천적 기질이 가장 낮았다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여러분 중에서 자신의 성격이 낙천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한국인 사이에서의 기준”이라며 “세계적인 기준에 의하면 한국인의 낙천적 기질은 0%에 가깝다”고 말했다. 낙천적 기질이 가장 높은 나라는 나이지리아로 조사됐으며 이는 행복지수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나이지리아 인들은 작은 일에도 매우 행복해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순서가 한국인이 불행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놀랍게도 이 지표의 역순은 근면지수와 동일하다. 낙천적이지 않아 불행하다기 보다는 근면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근면성이 특출하다는 자료는 학계에 객관적으로 확보되어있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학회에서 수차례 발표된바 있으며, 그러한 기질이 문화적 요인보다 생물학적 요인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교수가 정말 강조하고 싶은 말은 한국인의 명석함과 근면함이 우월하다는 자화자찬이 아니었다. 우수한 기질의 반대 측면에 있는, 한국인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병폐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빨리 고쳐야 할 것이 ‘잠’을 죄악시하는 문화라고 말했다. 근면성을 타고났고 근면성을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잠을 자는 일이 시간을 낭비하는 일처럼 되어버리고 말았으며 이는 개인과 사회를 모두 피곤하고 병들게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기정체성을 찾는 한국인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위치로 자신을 이동해가며 변화무쌍하게 상황을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반대로 관계를 제거한 자기의 정체성에는 무심하기 때문에, 고유한 자기정체성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석천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