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해설가 김영희

같이 숨 쉬는 숲이 자신의 반쪽이며 그런 숲을 사랑한다는 김영희씨를 만났다. 현재 양구 국유림관리소 소속으로 활동하는 숲 해설가이다. 23년 교직생활을 마친 후 ‘제나아리명상원’을 운영하면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숲을 다니고 있다. 그녀가 아는 식물 등을 만날 수 있는 숲.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그녀만의 이야기가 춘천사람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녀가 건네는 명함에는 ‘토우’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토우 선생님으로 불린다고 해서.

숲 해설가 김영희 씨.   사진 이철훈 시민기자
숲 해설가 김영희 씨. 사진 이철훈 시민기자

 

 

“명상하고 나오는 어떤 날 수강생이 저에게 흙 같은 분위기가 난다고 했어요. 남편과 대화를 하다 土友에서 土牛로 바뀌었어요(웃음). 한 달에 한번 숲 명상을 하고 있어요. 오픈된 모임이라 누구든지 참여 가능해요. 매달 셋째 주 일요일 오전 9시 20분 옛 캠프페이지 정문 농협 건너편 공터에서 출발합니다. 춘천 시민들과 숲에서 함께 하는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해요. 춘천사람들의 정신적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있고요.”  

미술교사로 교직 생활을 23년 했다. 미술치료상담을 전공한 후에는 성적 평가 위주의 작품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작품을 그리게끔 했다.

“제가 가르치는 미술 과목에 자부심이 없었어요. 비인기 과목이어서 들러리라는 느낌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상담을 공부하다 보니 ‘미술이 정말 필요하구나!’ 깨달았어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젊은이들에게는 돈이 행복이라고 잘못 설정되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행복이 목표점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제 전공이 명상으로 그리고 숲으로까지 확대되었죠.”   

그림에 아이들의 마음이 전부 표현된단다. 물고기 가족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해 주었다. 엄마와 할머니 물고기가 싸우고 동생과 본인을 함께 그리고 아빠는 저 멀리서 보는 물고기로 표현했다는.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대가족 문화에서는 관계에 대한 배움의 기회가 많았는데 핵가족화 시대에서는 대인관계에 대한 학습은 알아서 공부해야 하죠. 입시위주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뒤늦게 아이들에게 살아가면서 정말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는 쌤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그녀의 삶을 단편으로 소개하지만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명상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숲에서 다른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배워가니 말이다. 나로 시작해서 다른 생명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그녀의 이야기가 참 예쁘다. 

“명상원을 운영하던 중 2008년 (사)춘천생명의 숲에서 숲 해설가 교육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공부를 시작했어요. 2009년 봄 소양댐에서 배타고 청평사까지 가는 코스로 시작한 첫 활동이 정말 행복한 거예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숲을 다니면 어린왕자(생텍쥐페리)가 항상 생각나요. 장미에 대한 이야기요. 숲에서 그냥 보면 나무고 풀이지만 이름을 가르쳐 주고 스토리텔링도 하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거든요. 내가 아는 나무와 동식물을 만나게 되고 숲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겨나요. 숲 해설가들만의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거죠. 그 이야기를 숲을 찾는 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숲 해설가 지인이 숲을 다니게 되면 공부를 계속 하게 된다고. 밑도 끝도 없는 숲을 알게 되어 참 좋다고 한다. 그녀가 알아가는 숲은 오감에 영성을 더한 생명이라고 한다. 생명이 탄생되고 모든 생명을 포함하고 있는 경이로움을 만나는 것. 

“건강한 숲은 다양성이 살아있어야 해요. 수종도 다양해야 하고 기생식물까지도 살아 있는 숲이어야 하죠. 한 가지만 있는 숲이라면 병이라는 외적 요소가 침투했을 때 사라져 버리게 됩니다. 다양성이 살아있으면 지속가능한 숲이 되는 거죠.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마음  속에 나만 있으면 안 되고 가족, 심지어 미워하는 사람까지도 어우러져야 건강한 삶이 됩니다. 이렇게 숲을 만나면서 소중한 것을 하나하나 알아가네요(웃음).”

작은 것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볼 때 아름다움을 알 수 있고, 생명에 관한 사랑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 나태주 시인의 “풀꽃”으로 그 마음을 표현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양평 치유의 숲에서 진행된 숲 속 명상.      사진=김영희
양평 치유의 숲에서 진행된 숲 속 명상. 사진=김영희

“춘천사람들이 가지는 자연에 대한 혜택이 있어요. 도시 자체가 자연이어서 베란다에 굳이 자연을 들여 놓을 간절함이 없는 거예요. 자연이 아쉬운 게 아닌 거죠. 하지만 자연 안에 있는 생명의 소중함과 우리와의 관계를 알아가야 합니다. 작년 강원대 정문 쪽과 남부초등학교 가로수 밑에 꽃잔디를 심었어요. 생명의 숲에서 진행한 ‘게릴라 가든 프로젝트’였거든요. 가로수 하나에도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공동 의식 키우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과 생명과의 관계를 성장시켜야 하는 것도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넓게는 환경문제까지 연결되지요. 지속가능한 사람과 생명과의 관계가 환경문제의 해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군부대, 요양원처럼 숲을 가져갈 수 없는 현장에도 찾아간다고 한다. 숲에서 나는 각종 재료를 가지고 가서 그들과 어울려 함께 만들고 놀면서 자연 에너지를 선물하고 온다고. 숲이 어떤 것이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숲의 다양한 생명과 만난 그녀가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다. 소중함과 사랑으로 숲을 만나며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그녀가 참 아름답다.

백종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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