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업·경제사업 수익구조 5:5, 자립도 월등
농협·농자재센터·로컬푸드의 이상적 순환구조 노력

지난 3월 13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농협조합장 선거에서 춘천에서는 총 9명의 조합장이 새로 당선됐다. 《춘천사람들》은 신임조합장을 만나 그들의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김남진 조합장
김남진 조합장

1. 동춘천농협은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경계에 위치해있다. 동춘천농협과 조합원은 어떤 특징이 있나?

그렇다. 우리 조합은 도시근교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동내면, 신동면, 동산면이 관내지역인데 모두 도시근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쪽 지역에 택지가 급격하게 늘면서 조합원 수가 부쩍 늘었다. 5년 전 1천800명이던 조합원이 현재 2천400명으로 늘었다. 자연감소율을 감안하면 연간 150명씩 신규로 조합원이 늘어난 셈이다.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택지가 늘어난다는 것은 경지면적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거두리 쪽은 심각한 상황이다. 주력 농작물이 복숭아, 가지, 오이 등인데 복숭아 과수원 같은 경우 위치나 면적이 집을 짓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과수원에 전원주택단지가 많이 조성되고 있다. 주의 깊게 동향을 살피고 있다.

구성원의 성격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전업 농업인이 대부분이었다면 현재 관내 밖 시내에 거주하는 조합원이 30%에 달하고, 여성조합원도 28%나 된다. 전업 농업인이 아닌 도시형 농업인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하는 수치다. 이들은 대부분 겸업으로 농사를 짓거나 주말농장처럼 취미생활의 형태로 농사를 짓는다. 다른 예시를 들어 보겠다. 지난 주 동춘천농협에서 모종을 팔았다. 한 주에 백원 내외하는 모종을 보름동안 팔아서 1억2천만 원의 매상을 올렸다. 여기서 모종을 사가는 분들은 전업 농업인이 아니다. 고추 모종 열 개, 고구마 모종 스무 개, 이런 식으로 구매하는 형태다. 이러한 데이터가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 지역은 새로운 형태의 농업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2. 동춘천농협이 현재 하고 있는 주력사업이나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달라.

현재 우리 조합은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조합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통적인 농업인은 아니지만 질 좋은 농산물을 판매하고 싶어 한다. 동춘천농협 하나로마트에 로컬푸드 매장을 설치했다. 여기는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포장하고, 직접 가격결정을 한 후, 직접 진열하여 팔고, 남은 상품은 직접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반응이 아주 좋다. 총 참여 농민이 200여 명이고 상시로 참여하는 농민도 40여 명이나 된다. 농협과 농자재센터, 로컬푸드가 이상적으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농자재센터도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전국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 결과 거두리 하나로마트는 전국혁신점 1호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춘천농협의 또 하나의 장점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수익구조가 5:5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대개의 경우 신용사업에서 얻은 수익을 경제사업에 투자하는 형식이지만 동춘천농협의 경우 고맙게도 지역주민들과 조합원들이 적극 참여하고 이용해서 경제사업의 자립도가 월등하다. 따라서 현재 사업을 더 크게 확장하는 것 보다는 조합원들에게 복지정책 등을 통해 돌려주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도 영농자재지원에 9억원 가량 지출하고 있고, 조합원 자녀의 대학교 학자금 지원이 매년 150명 이상의 학생에게 110만원 가량씩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전문기관에서 매년 1주일에 걸쳐 정밀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을 비롯하여 매우 정밀한 검사를 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의 정기건강검진과 비교해서도 훨씬 양질의 검사라는 평을 듣는다. 실제로 중증질환 발견율이 절반 이하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3. 하나로마트를 중심으로 운영이 굉장히 잘 되고 있다. 비결은 무엇인가?

사실 하나로마트에 애착이 크고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자만심이 아니라 하나로마트 운영에 관해서는 어디에서도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조합원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고 조직 내에서도 인사관리가 으뜸이다. 사람이 수입과 지출의 가장 큰 요인이다. 많은 조합원들이 공감하리라 믿는다. 다음으로는 재고관리이다. 유통되지 못하는 물건은 죽은 물건이다. 물건은 필요한 사람의 손에서만 생명력을 얻는다. 지금도 우리조합의 재고량은 매우 낮은 편이다. 틈나는 대로 재고를 확인해야 한다. 귀찮지만 중요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산지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물건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몸으로 뛰는 노력이다. 농협 물건은 어느 지점이나 똑같다고 오해하시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각 조합마다 노력여하에 따라 제공되는 물품의 가격이나 질이 달라진다. 우리 직원은 제주도나 남해까지 가서 직거래할 물건을 물색한다. 이러한 노력은 눈에 즉시 보이지는 않겠지만 이용자들은 차츰 느낄 수밖에 없다.

4. 조금 개인적인 질문이다. 여러 직책을 맡아왔는데 조합장의 역할이 특별히 힘든 점은 무엇인가?

간단하지만 무거운 난제이다. 조합원이 원하는 바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조율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 지, 무엇이 더 중요한 지는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런데 어쨌든 결정은 내려져야하기 때문에 조합장이 그 책임감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5. 현재 농촌지역에 가장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 혹은 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여러 번 말했지만 우리 지역은 전통적인 전업 농업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남아있는 농민들은 고령화되었는데 1인당 경작해야 할 농지는 오히려 더 늘었다.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영농편익시설이다. 우리 동춘천농협도 최선을 다해 영농편익시설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6. 끝으로 조합원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동춘천농협은 다방면에서 강원도 내 우수한 조합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두 조합원과 이용자들의 덕분이다. 조합장으로서 도내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정말 감사하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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