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춘향회 출범…“뭉쳤더니 문제가 해결돼”
시의 행정지원 절실…대형마트·시민들의 인식변화도 필요
직거래장터…“조례 제정해 공원에서 마켓 열 수 있게 해야”

지난달 23일 《춘천사람들》은 춘천향토기업발전협의회(이하 춘향회)에 소속된 춘천 향토기업 대표자들과의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는 춘향회에 소속된 춘천 향토기업들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듣고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해 보기 위한 자리였다. 춘향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왕수 춘천양조장’ 권인숙 전무, 춘향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소양강 버섯’ 원신숙 대표이사, ‘춘천 흑마늘&홍삼 전문점’ 박미경 대표, 떡집 ‘행복동네’ 박원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정연구 《춘천사람들》 이사장이 간담회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춘천 향토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 편집자주

사진 이광순 시민기자
사진 이광순 시민기자

정연구: 오랜 세월 각자 사업을 해 왔을 텐데, 근래 들어 춘천향토기업발전협의회(이하 춘향회)를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춘천향토기업발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왕수 춘천양조장’ 권인숙 전무.
춘천향토기업발전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왕수 춘천양조장’ 권인숙 전무.

권인숙:오랜 세월 대부분 1인 기업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제품 제조나 유통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어려움들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찾아보자는 뜻에서 춘향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춘향회의 목표가 단순히 돈만 벌자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춘천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춘천 사람들이 춘천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춘향회의 활동 기간은 짧지만 벌써 두 업체가 협력해 색다른 물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같이 성장해 가자’라는 생각이 깔려 있어야 한다.

정연구: 춘향회를 만드는 것은 누가 주도했는가?

권인숙: 재작년 10월에 춘천시청에서 선정한 춘천 우수기업 간담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기업 대표들 일부가 모여 모임을 만들자는 논의를 한 것이 춘향회의 시작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2017년 12월에 12개 업체가 모여 춘향회를 만들었고, 이번에 화장품 업체 한 곳을 추가로 받아 현재 13개 업체가 됐다. 처음 만들 때는 이름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춘천의 기업들이, 춘천의 원료로, 춘천에서 생산해, 춘천에 판매한다는 뜻을 담기 위해 최종적으로 ‘향토기업’이란 이름을 붙였다.

‘춘천 흑마늘&홍삼 전문점’ 박미경 대표.
‘춘천 흑마늘&홍삼 전문점’ 박미경 대표.

박미경: 사실 춘향회가 쉽게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그 이전부터 모임에 관한 이야기들이 계속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매년 11월 초에 열리는 푸드박람회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다들 각자 나가다 보니 힘이 없음에 대한 한계를 실감했다. 그때 행복동네 박원 대표의 아버지가 모임을 만들자는 제안을 해왔다.

정연구: 지금처럼 뭉쳐보니 어떠한가?

원신숙: 다들 제조업에 종사하다 보니 판로 개척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지만 정작 활용할 수 있는 제도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정보를 제공하면서 그런 문제들을 수월하게 해결한다. 뿐만 아니라 은행 융자를 받으러 갈 때에도 여러 은행 돌아다닐 것 없이 가능한 곳으로 바로 갈 수 있다. 다른 지역축제에 갈 때면 춘향회라는 이름에서 오는 춘천에 대한 자부심도 무시 못 한다. 밥솥 들고 가서 밥도 같이 해 먹는다. 

박미경: 사업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모임의 체계를 세우는 데 있어 박원 대표 같은 젊은 친구들이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박원: 나이로 보면 내가 제일 막내다. 사업에 뛰어든 지도 햇수로 7년밖에 안 돼 부족한 점들이 많았는데 모임을 하면서 선배님들한테 많이 배웠다. 이제는 지역축제에 함께 모여 나가다보니 든든하다.

정연구: 춘향회가 1년만에 이렇게 단단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운영은 회비로 되고 있나?

권인숙: 모임이 단단해지려면 무엇보다도 연락망이 잘 운용돼야 한다. 운영은 연 단위 회비를 모아 꾸리고 있다.

원신숙: 2018년 한 해 동안은 친목을 도모하며 내부결속을 다지느라 춘향회 이름을 건 큰 행사는 하지 않았다.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1일에는 시장님도 만났다. 함께 뛰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회원 모집도 할 계획이다.

정연구: 정기적인 향토기업 직거래장터는 어떻게 추진돼가고 있는가?

떡집 ‘행복동네’ 박원 대표.
떡집 ‘행복동네’ 박원 대표.

박원: 그동안 시민마켓 개최가 정기적이지 않다 보니 시민들이 모르는 행사들이 많았고, 이에 정기적인 향토기업 직거래장터를 만들자는 쪽으로 의견들이 모아졌다. 직거래장터 대상지는 약사천 일대다. 약사천은 전철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에게도 멀지 않은 곳이면서, 몸짓극장 등 주변에서 열리는 행사들과의 협업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산책로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직거래장터에는 공예품 판매 위주였던 라온마켓이나 뚝방마켓과는 달리 먹거리 제조 기업들을 비롯한 많은 향토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연구: 약사천 일대에서 몇 번의 시민마켓이 성공적으로 열렸지만 시에서는 공원관리법을 들어 향토기업 직거래장터를 불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헤쳐 나갈 셈인가?

원신숙: 다른 시·군에서는 조례를 제정해 공원에서 시민마켓을 열 수 있게 하고 있다. 향토기업 직거래장터를 약사천 일대에서 마음 놓고 열 수 있도록 춘천에서도 하루빨리 조례가 만들어져야 한다. 조례 제정 전까지는 공원에서의 상거래를 허가해 줄 것을 시에 건의했다. 시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연구: 춘천의 대형마트들은 향토기업들의 거래처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있나?

권인숙: 다른 지역에서는 대형마트에서 그 지역 제품을 구매해 주는 비율을 정해 일정한 판매가 이루어지도 하고 있기도 한데 춘천에서는 그런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에 10년 만에 물건 값을 올렸더니 모 대형마트는 물건을 빼 버리더라. 대형마트에서 지역 제품을 파는 코너를 마련하는 것은 지역에 대한 의무라고 본다. 시 차원의 도움도 필요하다.

박미경: 이미 정보화마을 코너에 향토제품이 들어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들도 1년 동안의 매출 실적이 좋지 않으면 빠져야 하는 게 현실이다.

춘천향토기업발전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소양강 버섯’ 원신숙 대표이사.
춘천향토기업발전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소양강 버섯’ 원신숙 대표이사.

원신숙: 대형마트들은 향토기업들에게 대기업의 유통 구조와 똑같은 준비를 요구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 시에서는 지역 제품이 지역 대형마트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맞춤형 조례를 만들어야 하고, 대형마트 담당자들은 수익만 따지지 말고 춘천의 물건을 아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춘천 시민들 사이에선 춘천 물건을 소비하자는 움직임도 일어나야 한다. 마트 담당자들은 당연히 실적이 떨어지면 춘천 물건을 갖다 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연구: 대형마트와의 거래 외에 지역 제품에 대한 지역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나?

권인숙: 춘천에는 학교, 군부대 등이 많아서 시에서만 제대로 나서주면 지역 제품들이 충분히 소비될 수 있다. 일례로 포천에서는 유원지·관광지에서 그 지역 제품만 팔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해 놓았다.

정연구: 얘기를 들어보니 향토기업 모임뿐만 아니라 ‘향토소비자협회’를 만들어 같이 움직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춘향회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권인숙: 대부분 1인 기업으로 활동하다 보니 모임에 오면 회식하는 기분이 든다. 돈을 벌어다 주는 모임은 아니지만 일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마음을 챙겨주는 곳이다. 각자 발품을 많이 팔아서 서로 돕고 다 같이 성장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봉사활동도 함께 한다. 이번에는 강원교육복지재단을 통해 산불 피해민도 지원할 예정이다.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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