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주인’이라고 하면서 시민 요구에는 구시대적 관행 답습
국·과·계장과 상의 없이 지레짐작 내세우는 “참석자들 불편” 이유

유용준 기자
유용준 기자

지난 14일 오후 2시 춘천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제5차 경관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위촉직 12명, 임명직 2명 등 총 14명으로 구성된 경관위원회(위원장 허일영)에서는 ‘소양로3가의 복합시설 신축공사 외 3건’의 사안이 다뤄졌다.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 시청 기자실에서 춘천의 경관디자인과 관련한 ‘바람길 녹지축 조성사업’과 ‘도시숲 기부문화 사업’에 대한 기자간담회가 있었기에, 《춘천사람들》은 그 연장선상에서 제5차 경관위원회에 다뤄지는 사안들을 취재하고 춘천의 경관디자인 정책 진행상황을 전체적으로 점검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춘천사람들》은 이 회의를 취재할 수 없었다. 회의를 주관한 경관디자인과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회의실에서 나갈 것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경관위원회의 개최는 이미 ‘주간업무’를 통해 각 언론사에 공지된 사안이었음에도, 비공개 회의에 사전연락을 통한 허락 없이 왔다는 것이 이유였다.

민간업체간의 입찰이 이뤄지는 것도 아닌데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담당 공무원은 “기자가 한 명 들어와 있으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불편해 할까봐”라는 답변을 했다. “지금까지 이런 회의들을 계속 비공개로 해 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춘천사람들》은 이미 지난 제171호를 통해 춘천시의 비공개 및 보도유예 관행을 비판했으나 춘천시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담당 계장이나 국·과장에게 통보하고 허락받는 절차도 없이, 경관위원장에게만 “이 회의는 비공개라 기자를 퇴실시키겠다”는 말만 전한 후 취재를 막은 담당 공무원은 스스로 이런 결정을 자기재량으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무원은 정보공개법을 인용하며 “회의과정을 공개할지 비공개할지에 대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정보공개법은 비공개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다만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5호에는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관해 비공개하도록 명기돼 있는데, ‘제5차 경관위원회’가 공개되는 것이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담당 공무원 역시 ‘위원들의 불편’이 이유라고 했다.

‘지금까지 비공개로 회의를 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담당 공무원의 말도 ‘어떻게 구습이 타파될 수 있을지’, ‘춘천시가 이재수 시장이 표방하는 시민을 위한 정부로 나아갈 수 있을지’ 갈망하는 시민들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해 보인다.

춘천시의 구시대적 관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언론학계나 업계에서 관언유착 등 문제가 많은 것으로 평가되는 기자실을 아무런 논의 한 번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5월은 1968년 프랑스에서 시민문화혁명인 ‘68혁명’이 일어난 달이다.

당시 68혁명의 반대편에 서 있었던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6월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자신의 입지를 굳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국민투표 결과로서 나타난 정치시스템 개혁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용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프랑스 사회는 대학 평준화부터 시작해 다방면에서 아래로부터의 문화혁명을 꽃피웠다.

드골에 대한 평가야 어떻든 간에, 시민사회로부터의 개혁 요구를 수용하려는 용기가 ‘조금’이라도 있는지 춘천시정부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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