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공유가치창출 디자인연구소장)
김윤정 (공유가치창출 디자인연구소장)

지난 토요일 오후, 칠전동의 나비카페에서 작은 실험(?)이 있었다. 이날 열렸던 디지털 프로그램에는 찾아온 이들의 구성이 너무 다양해 진행하는 입장에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동일한 주제로 3시간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낯선 자리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등 평소에 쉽게 단정할 수 없는 궁금증들이 꼬리를 물었다. 학부모, 교사, 초등생, 중학생, 발달장애청소년과 청년에 이르기까지 함께하는 이들도 제각각이었고, 디지털에 대해 공통 역량이나 관심사가 확인된 것도 아닌 첫 자리였기 때문이다. 

모두가 한자리에 꼬박 앉아 집중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아름답게 어울렸다. 강의부분은 어른들이 메모하며 집중하고, 아이들은 놀이방에서 스스로 놀았다. 실습에서는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주거니 받거니 했고,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각자의 모습을 한껏 발산했다. 몇 차례 만나보면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숨은 끼들이 자연스레 나타나 웃음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신체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한 친구는 마우스만으로 실습을 하며 자신의 결과물에 마냥 신기해했다.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소통과 참여에 대한 이야기를 디지털 기반을 매개로 해보고 싶었던 것이 3차례에 걸친 기획 프로그램의 의미였다. 시민의 참여, 장애인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 기술이 삶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에서 필요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 그리고 작은 경험이라도 더 큰 시각으로 또 다른 시공간에서 제약 없이 만날 수 있는 것이 ‘누구나’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함께’ 공감하고 싶었다.  

이번 민들레에서 다룬 기획주제는 ‘마을교육공동체’에 관한 것이었다. 마을에서 학교 안팎을 넘나드는 활동을 함께하고, 혹은 스스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키워내는 과정을 통해 길을 만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학교라는 공동체가 의무 교육제도를 통해 아동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통해 사회에 속할 수 있도록 한 측면에서 표준화 교육의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표준화를 바탕으로 정상과 비정상, 옳고 그름의 잣대가 작용하기 쉽다. 이런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 다른 이들이 모여 어느덧 ‘우리’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고 만다. 알게 모르게 표준화에 길든 우리는 다른 것을 너무 쉽게 한데 묶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타자는 나와 다른 호흡으로 걷는 사람, 다른 잣대로 세상을 재는 사람이다. 그런 타자의 ‘타자성’을 인정하면서 그와 함께 ‘우리’가 되는 일은 서로가 공유하는 보편성을 기반으로 할 때만 가능하다. 다리 길이도 호흡도 다른 너와 내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이 보편성이지 서로의 다리를 묶는 것이 보편성은 아니다.”

현병호 민들레 발행인의 문장이 깊숙이 가슴에 와 닿았다. 

지난 4월, 춘천중학교와 예비사회적기업인 주식회사 나비가 특수교육학생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 중요하겠지만, 생각의 방향에 공감을 하고 손을 잡는 것이 더 의미를 갖게 한 일이었다. 그리 새삼스럽진 않지만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필요성과 활동이 다시금 고민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바라는 마음과 기대되는 것들이 모두 담겨져 시작된 일도 서로의 ‘다름’을 발견하면서 인정하는 과정과 그 ‘다름’을 우리의 가능성으로 발현되게 이어가는 과정은 참으로 어려우니 말이다. ‘머무는 곳이 최상의 마을이 되고, 마을이 최고의 학교가 되면 좋겠다’라는 꿈을 꾸며 또 새로운 오늘을 산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