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3시부터 춘천시청 대회의실에서는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와 ‘강원5.18민주화운동동지회’가 주최한 ‘5·18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 및 강연회’가 열렸다. 오전 내내 망월동 국립묘지에서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과 유가족이 참여한 정부의 공식 추모행사가 여러 방송채널을 통해 생중계 되어서인지 100명 정도의 시민만 모여 80년 당시를 회상했다.

주요 내용은 광주가 아니라 춘천이었다. ‘춘천에도 5·18의 압제와 탄압이 무자비하게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토크쇼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된 당시 희생자들의 피해상황은 인권탄압이라는 말로는 제대로 설명이 안 될 정도였다. 취조실에 끌려가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며 적게는 몇 달 많게는 몇 년을 지내야 했다.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들은 목숨을 잃었는데 그에 비해 우리는 너무 편하게 한 것 같은 부채의식 때문에 그동안 이러한 행사를 마련하지 못했었다”는 강원5.18민주화운동동지회 최윤 회장의 인사는 지나친 겸손이었다. 언제든, 누구든 군대를 동원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릴 수 있는 당시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예비검속이라는 초법적인 조치를 통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곳에 끌려가 고문 등의 고초를 받는다면 어느 누구도 자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인격살인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살아도 살아 있는 느낌이 아닌 치욕을 어떤 고통과 비교할 수 있을까?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온전히 잘 보호해 무한히 행복하도록 만들어야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기초해보면 80년 5월에 강원과 춘천에서 자행된 그 폭압은 반드시 단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어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같은 사람은 당시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위로하기는커녕 욕보이는 일을 했다. 지난 2월 8일 다른 의원과 공동으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라는 행사를 국회에서 주최하여 국가가 법령을 통해 공인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군에 의한 폭동이라고 폄훼하도록 자리를 깔아주었다.

사실 이 자리에 참석한 지만원이라는 사람이 주장하는 ‘북한군’은 알고 보니 시민으로 위장한 남한 특수군(편의대)이었다. 5·18 당시 미군 정보부대 군사정보관이었던 김용장 씨와 보안사 특명부장이었던 허장환 씨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서 밝힌 사실이다. 훈련된 병력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능숙한 솜씨로 무기고도 가볍게 탈취하고 장갑차도 운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들을 흥분시켜 폭력으로 진압할 필요가 있었는데 정치적 위협이 된 김대중 당시 야당 지도자를 가두고 예비검속을 통해 정치인, 학생운동 세력 등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도 안 되자 채택한 작전이었다는 설명이다. 사실상의 총살을 자행했다고 증언한 셈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전두환이라는 사람은 아직도 큰 소리를 치며 다니고 있고 이 지역 정치인은 낡은 이념 선동으로 아팠던 시민들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5·18의 고결한 정신과 희생을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사람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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