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운영위원장)
권오덕 (춘천시민연대 운영위원장)

2017년 7월 동계올림픽 200일을 앞두고 강원도는 14억원을 들여 불꽃축제를 벌였다. 불꽃이 만드는 다양한 이미지에 사람들은 탄성을 자아내며 행사의 시작을 함께 축하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불꽃이 아름답다는 탄성은 일상속에서 금방 사라지고 짧은 시간동안 무려 14억원의 세금을 낭비했다는 사실에 한마디씩 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동계올림픽 전후로 터지기 시작했던 불꽃은 이후 매년 의암호 위로 떠올랐다. 최근 춘천의 핫이슈로 떠오른 세계불꽃대회 시행을 위한 준비 작업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자주 불꽃을 쏘아 올렸다.

춘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미세먼지 발생으로 인한 시민 건강의 위협, 불분명한 경제적 효과 등 불꽃축제의 폐해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다. 시민사회단체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2월 근화동 일대에서 열린 ‘평창올림픽1주년 기념 불꽃쇼’ 행사 직후 춘천의 대기 오염은 무려 평일의 7배에 달했다. 부산국제불꽃대회의 경우 대기상태 측정 결과 벤젠, 톨루엔 등 1~2급 발암물질의 대기 오염도가 평일보다 무려 329배나 높게 나와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아울러 2015년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 보고서에서는 미국 독립기념일 오리건주 불꽃놀이 행사 직후 초미세먼지 농도가 무려 37배나 높게 측정되었다고 했다. 2년 전 독일 뮌헨지역 새해맞이 불꽃놀이 행사에서는 다음 날 미세먼지 농도가 유럽연합 기준치의 27배나 높게 나왔다고 했다. 이들 사례를 바탕으로 폭죽 속에 들어있는 마그네슘, 구리, 바륨 등의 금속성분과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의 오염 물질의 위해성과 심각성을 경고했다.

불꽃축제는 유해성뿐만 아니라 서울여의도불꽃축제, 부산불꽃축제 등 매년 100만명 이상 관람하는 대표적인 축제에서 드러나듯이 사고와 쓰레기 문제 또한 심각하다. 2018년 부산에서는 폭죽 발사용 바지선 3척에 불이 옮겨 붙는 화재 사고가 있었고 2017년 여의도에서는 시설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어린이 2명이 추락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2013년 일본 후쿠치야마에서는 거리에 있던 프로판 가스에 불이 붙으면서 60명이 부상을 입은 일도 있었다. 춘천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6년 소양강 스카이워크 개장 행사장에서도 관람객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 13일 강원도가 세계불꽃대회 계획을 철회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레고랜드와 연계한 지역 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춘천시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은 분명히 따져야 한다. 지난 3월 7일 근화동 주민 대상의 설명회에서 경제적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없이 “근화동 땅값이 올라간다”는 말로 과정을 대신했다고 생각한다면 자치분권의 기본 정신을 도외시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내년이라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는 강원도 행정의 민주성을 의심케 한다.

밤하늘에 그려지는 불꽃의 화려함은 한순간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뿐 우리 삶의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불의 발견이 인류 문명의 역사를 바꾸었듯이 화약의 발견이 불의 문화적 표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불꽃이 가지는 문화적 의미를 찾아야 한다. 아울러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한 시민의 제안처럼 4차산업혁명, 5G의 시대에 맞게 가상현실에 기반한 새로운 형식의 축제는 어떨까. 시민이 공감하지 못하고 시민의 문화로 자리 잡지 못한 불꽃축제는 시민에게 골칫거리가 될 뿐이다. 지역을 살리는 기회가 아니라 한순간의 불장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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