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유·한신 부부, 스몰&셀프 웨딩으로 ‘백년해로’ 약속
“두렵기도 했지만 우리의 날이기에 직접 선택하고 싶었다”

누구나 꿈꾸는 5월의 신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싱그러움만 가득한 시절이라 신부라면 결혼적기로 욕심부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즈음 대부분 예식장은 예약이 만료고 예식장을 잡았다 해도 결혼 당일은 수많은 관객과 다음 결혼 주자에게 떠밀려 정신없는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결혼 풍토다. 이에 금전적 여유가 있는 연예인들도 적은 비용으로 친한 친구와 가족만을 초대해 조용한 스몰웨딩을 올리고 있는 추세다. 

지난 18일 춘천의 작은 카페에서 자신들이 계획한대로 결혼을 실천한 부부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보다 주인공으로서 행복한 첫 날을 맞이하겠다는 표현이기도 했다. 

신부 차은유(26)씨와 신랑 한신(35)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자신들이 선택한 결혼식을 올렸다.

(왼쪽 사진) 작은 카페에서 진행한 셀프&스몰웨딩. 신랑 한신 씨가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 성혼서약서를 진지하게 읽고 있는 차은유 신부. 사진=카페 ‘살롱 드 노마드’
(왼쪽 사진) 작은 카페에서 진행한 셀프&스몰웨딩. 신랑 한신 씨가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 성혼서약서를 진지하게 읽고 있는 차은유 신부.       사진=카페 ‘살롱 드 노마드’

결혼식 장소가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의견을 나누기도 하는 카페 ‘살롱 드 노마드’라는 작은 카페라는 점만 봐도 신선했다. 

이들은 3월에 결혼장소를 고르고 오랜 기간 결혼식을 함께 준비했다. 

결혼진행순서, 장식, 화려하기보다 소소한 꽃 장식, 하객에게 줄 선물, 그리고 등장음악 등등. 생각보다 준비할 것은 많았고 신중하게 선택했다. 공간은 협소했지만 평생 기억해도 아름다울 만큼 특별했다. 온종일 있어도 시간에 쫓기는 일은 없었다. 스탠딩으로 진행된 결혼도 이색적 이였지만 신부가 입장할 때 울려 퍼진 음악에 하객들은 환호 했다. 

신부입장곡은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챔피언스리그 테마송’이었고 신랑입장곡은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테마곡이었다. 그리고 엔딩곡은 연애시설 공유하며 즐겨 들었던 ‘Midnight Train to Georgia’ 였다. 모두 두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들 이었다. 음악을 사랑하고 밴드 경험이 있는 두 사람에게 음악 선정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고 준비하는 내내 추억을 회상할 수 있어 제일 재미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대체로 쾌활하고 밝은 분위기었지만 성혼선언문을 낭독하는 시간만큼은 진지하게 진행하고자 했단다. 스몰웨딩답게 하객도 매우 극소수 였다. 그들과 진심으로 대화하던 친구와 소수의 친지를 포함해 20~30명이었다. 물론 두 집안 어른의 우려는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고 당일에는 독특하며 좋았다고 칭찬해주었다고 한다.

“물론 겁도 났고 주위시선도 두려웠어요. 그러나 하객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행복한 날을 맞이하기 싫었고 쫓기듯 진행하기 싫었어요. 허례허식을 피해 온전히 우리들만의 선택으로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에 용기를 낼 수 있었죠. 그러나 생각보다 반응은 좋았어요.”

식을 마치고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두 사람은 뒤풀이를 앞두고 여유롭게 앉아 이 모든 것 뒤에 가장 크게 남는 것은 ‘성취감’이라 했다. 결혼을 축하하러 일부러 찾아온 하객에게 인사한번 제대로 못하고 번잡한 식당에서 밥 먹고 돌아서지 않게 한 것도 뿌듯하다고.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부부생활의 시작이었다. 앞으로 화합해 손발을 맞춰가며 살 것인가를 확인하는 첫 단계였다. 크다면 큰일인 결혼식을 두 사람이 잘 진행한 과정은 앞날을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백년해로 하자고. 앞으로도 친구처럼 재미있게 살아보자며 식을 마친 부부는 서로를 응원했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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