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경제적공동체 넘어 사회적공동체 향하게 돼

춘천농살림학교는 지난 4월 16일부터 6월 18일까지 효자동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희망리본에서 농촌생활을 꿈꾸는 시민을 대상으로 ‘농촌활동가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이에 《춘천사람들》은 농촌에 관심이 있지만 참여하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강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한영미 (횡성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
한영미 (횡성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 센터장)

농촌문제와 여성문제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 농촌지역에는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전통적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농사와 육아의 2중적인 고통을 받는다. 따라서 처음에는 농촌운동에 제대로 뛰어들기 위해서 횡성으로 들어갔지만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일이 됐다. 마침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에 대해 국가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여성농업인 공모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도시처럼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농촌의 경우 보육의 짐은 고스란히 여성에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여성농업인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어린이집, 공부방 등 보육시설의 확충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농림부에서 시행하던 사업이 지자체로 넘어오면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지방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이런 사업의 경우 지자체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문제를 인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이후 본격적으로 여성농업인들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 전통농업복원 등이다.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의 경우 2002년 P사에서 생산되는 두부에서 GMO성분이 검출 되면서 대안을 찾기 위한 일환으로 시작됐다. 토종씨앗으로 농사를 짓는 것에서 더 나아가 토종씨앗을 복원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은 다양했지만 실제적으로 농사를 짓고 주도한 사람들은 거의 할머니들이라는 점이다. 할머니들은 어렸을 적 지었던 농법을 기억해 내며 조, 기장 등을 길러내기 시작했고 전국적인 운동으로 확산되어 현재 ‘토종씨드림’이라는 단체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나아가 토종씨앗 지키기에 대한 강원도 조례가 제정되기도 했다.

전통농업복원사업도 이에 못지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농산물을 가공해 팔기로 했고 한과에서부터 시작하여 두부로 확장, ‘텃밭’이라는 두부가공공장까지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처음 두부를 생산하기 시작했을 때 품질에는 자신 있었지만 판로가 없어 무척 애를 먹었다. 그때 한국사회에서 ‘식량주권’이라는 이슈가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상황이 나아졌다. 

자체적인 개선도 이루어졌다. 두부와 계란을 중심으로 ‘꾸러미’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택배를 통해 판로를 전국으로 넓혔다. 게다가 당시 ‘희망제작소’에 있던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방문하고는 인상 깊은 활동이라면서 ‘두부 한 모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글을 기고해 더욱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횡성여성농업인종합지원센터의 시작은 분명 경제적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1차적인 목표였다. 그러나 농업이라는 특성, 농촌이라는 특성, 농민이라는 특성상 결코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공제적공동체를 넘어 사회적공동체로 향하기 마련이다.

정리 |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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