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가의 소소한 단상] 늘, 혹은 때때로 낭독해 보자
[시낭송가의 소소한 단상] 늘, 혹은 때때로 낭독해 보자
  • 김진규 (강원교육연구소 교육국장)
  • 승인 2019.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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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강원교육연구소 교육국장)
김진규 (강원교육연구소 교육국장)

낭독! 낭독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머지않아 낭송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다. 우린 지금 묵독의 시대를 살아간다. 하지만 낭독과 낭송의 시대는, 우리 모두가 잠든 사이 그 새벽의 도둑처럼 어느 결에 우리에게 닥쳐올 것이다.

읽는다는 것의 기나긴 역사에서 묵독의 시기는 실로 짧다. 그렇다고 고대사회에서 묵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주 신기한 일로 취급하면서 소개한 한두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문자가 발명된 고대는 물론이거니와 중세까지도 ‘읽는다는 것’의 왕좌는, 어디까지나 묵독이 아닌 낭독이 차지했다. 소수 지식인층이 아닌 대중적으로 묵독이 나타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고작 100여 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중적으로 보자면, 근대말까지도 대부분의 독자는 청자였다. 이 말은 근대까지 문자 해득자가 다수의 청자에게 읽어주었다는 말이자, 동시에 개인적 독서에서도 대부분 소리 내어 읽었다는 의미다. 독서의 주체는, 발화자이자 동시에 청자였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마찬가지로.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난 40만 년 전부터의 저 기나긴 구전문화 기간을 제외하고, 그러니까 기원전 20세기의 수메르 문자, 기원전 17세기의 한자 그리고 기원전 10세기 그리스 미케네의 선형 문자가 만들어져서 이제 인류가 문자로 된 글을 읽기 시작했던 때로부터 보더라도, 묵독의 기간은 참으로 짧다. 인류의 장구한 역사를 두고 보자면, 묵독의 시기는 하루 저녁의 단 몇 분도 안 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인간의 뇌는 책을 읽는 데 그리 익숙한 뇌라고 할 수 없다. 

하여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디 한 번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 펼쳐놓고, 펼쳐진 페이지를 소리 내어 읽어보시라. 우리가 묵독할 때는 제대로 읽는지 어떤지 알 수 없으나, 낭독을 하게 되면 어느 부분을 제대로 이해 못해서 턱턱 막히는지, 어떤 부분에서 술술 읽히지 않는지를 알게 된다. 낭독에는 ‘점검 기능’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늘, 혹은 때때로 낭독해 보자.

낭독을 하다보면 읽기능력이 향상된다. 낭독을 잘하는 만큼 딱 그 만큼 묵독의 실력도 높아진다. 묵독도 사실은 넓은 의미에서 낭독일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묵독을 할 때 마음속으로 소리를 내어 읽는다. 그러니까 음소거 상태에서 소리 없는 소리를 낸다는 말이다. 낭독으로 성취된 훌륭한 낭독은, 타인에게도 내용과 의미가 잘 전달되지만, 자신에게도 의미를 잘 전달하게 되므로 읽기 능력이 향상된다. 늘, 혹은 때때로 소리 내어 낭독해 보자.

독서라는 말과 동사 ‘읽다’라는 말의 의미는, 소리 내어 읽는다는 뜻이다. 한자 ‘독서(讀書)’는 “소리 내어 읽는다”라는 말이다. 더 정확하게는, “소리 내어 읽는 것‘만’이 독서”라는 뜻이다. 

소리 내어 읽지 않는 것은 독서가 아니랬다. 그래서 소리 내어 읽지 않는다는 뜻의 단어가 따로 있다. ‘간서(看書)’다. 늘, 혹은 때때로 낭독해 보자.

“눈은 우리를 바깥세계로 데려가고, 귀는 세계를 인간에게 가져온다.” 오킨의 이 말과 가족 같은 문장도 있다. “우리는 눈을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고, 세계는 귀를 통해 우리 안으로 들어온다.” ‘귀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리는 알프레 토마티의 말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지나치게 시각에 경도된 사회다. 균형이 깨져도 한참 깨진 상태다. 앞으로 이러한 조화와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낭송의 르네상스 시대가 곧 올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치유가 불가능하므로! 우리도 이제 진즉부터 입과 귀를 연 발화자이자 청자로서의 독자가 돼 보자. 늘, 혹은 때때로 소리 내어 낭독해 보자. 세계가 내 안으로 쑤욱 들어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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