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마을 별빛아이들] 별빛마을의 강아지들
[별빛마을 별빛아이들] 별빛마을의 강아지들
  • 이승준 (별빛지역아동센터장)
  • 승인 2019.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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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별빛지역아동센터장)
이승준 (별빛지역아동센터장)

“여기가 우리 강아지들이 공부하는 곳이야?” 어느 날 갑자기 고요하던 공부방에 울려퍼진 낯선 할머니의 목소리에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할머니에게 안기며 반가워한다. 

별빛지역아동센터는 마을중심에 가장 큰 건물 ‘솔다원 나눔터’ 2층에 있다. 마을 주민들이 자주 지나는 곳이고, 음악회 등 여러 행사로 나눔터에 들리더라도 굳이 2층 지역아동센터를 올라오지는 않는다. 그런 2층 지역아동센터에 할머니는 왜 올라오셨을까?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시작하게 된 마을 아이들(1세대)과 어르신들(3세대)간의 공감프로젝트는 아이들이 마을 어르신 댁을 찾아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마을의 이야기도 듣고, 어르신들의 어릴 적 놀 거리도 체험하고, 전통방식으로 음식도 만들어보고, 생활의 기술을 배우기도 한다.

한번은 고성2리 할머니 댁을 찾아가 냉이, 쑥 등 봄나물을 캐고 떡을 만들어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인연을 맺은 나물할머니께서 생전 와볼 일이 없었던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어느 가을날, 고탄리에 사시는 풍이할아버지께서 밤 줍기 체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신다. 할아버지 댁 뒷산 밤나무 앞에는 ‘우리 강아지들 밤 줍기 체험장’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서있다. 아이들의 체험을 위해 동네사람들이 밤을 주워가지 못하도록 세워놓은 귀여운 팻말을 보며, 별빛 아이들을 향한 할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50년이 넘는 시간의 차이, 세대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 극복이 가능할까?

만남이 시작되고 급속도로 친해져가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 이러한 걱정은 기우였다.

봄나물을 함께 캤던 어르신은 나물할머니가 되고, 소나무 칼을 만들어 주었던 어르신은 소나무 할아버지가 되고, 감자범벅을 함께 만들어 먹었던 어르신은 범벅할머니가 되어 우리 강아지들과 그들만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설날을 앞두고 아이들과 함께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드렸다.

그러지 마시라는 만류에도 끝끝내 준비하신 봉투를 꺼내어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나눠주신다.

조용하고 적적했던 시골마을에 왁자지껄 아이들이 떠들고,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 좋고, 감사하다고 하신다. 이런 마음을 담아 준비하셨을 세뱃돈을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이렇게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세배를 나누고, 덕담을 나누는 아름다운 모습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몇 달이 지나도록 찾는 이가 없어 홀로 생을 마감하는 어르신들. 무한 경쟁에만 내몰려 이기적이고, 예의를 모르는 아이들. 각박하기만한 지금 시대의 우리들에게 이러한 만남은 서로에게 배움과 행복을 나누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 어린 아이가 된다고 한다. 요즘은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가지고 경로당을 찾는다. 젠가 게임을 하면서 나무가 쓰러지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깔깔깔 웃는다. 그 모습을 보는 이도 함께 깔깔깔 웃는다.

우리들의 행복한 만남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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