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홍경자 교수, ‘아픈 영혼을 철학으로 치유하기’ 강연
“심리상담과 달리 철학상담은 교육이 포함되고 깨달음 제공”

5월의 마지막 수요일 소양강변에 위치한 카페 ‘커피통’에서 30명의 시민들이 ‘2019 호반인문학’ 세 번째 시간을 가졌다.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교수이자 철학자이기도 한 홍경자 교수는 ‘아픈 영혼을 철학으로 치유하기’라는 주제로 ‘철학상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소크라테스 이래 철학은 대화의 철학이었다. 대화를 통해 진리라고 여겨왔던 것들의 비진리성을 깨닫고 새로운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철학하기의 본질이었다.

카페에서 커피와 레몬에이드를 곁들이며 홍경자 교수의 ‘철학상담’ 강연을 경청하는 시민들.
카페에서 커피와 레몬에이드를 곁들이며 홍경자 교수의 ‘철학상담’ 강연을 경청하는 시민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특히 계급 간 대화는 단절됐고, 철학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유산계급만을 위한 학문으로 변해갔다. ‘대화의 철학’은 ‘독백의 철학’으로 바뀌었고, 역설적이게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 학문에서 대부분의 인간들은 소외돼버렸다.

20세기 중후반 몇몇 철학자들이 대중과 단절된 철학, 관념화된 철학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러한 태도는 1970년대 대중을 위해 철학 고전들을 편역하고 해제를 쓰는 형태로 나타났다. 철학자들이 비로소 직무유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1980년대에는 철학상담이 시작됐다. 대중들과의 대화는 글을 통한 대화에서 말로 하는 대화로 더 활성화됐다. 

홍 교수는 상담에 대해 ‘자신이 감당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상담을 통해서도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주위 환경은 결코 바뀌지 않지만, 나 자신은 바뀔 수 있으며, 그때의 나는 환경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상담과 철학상담의 차이점에 대해 그는 철학상담에는 교육이 포함된다고 말한다. 철학상담은 이성을 통한 이해, 즉 깨달음을 준다는 것이다. 이해를 통한 카타르시스는 때때로 심리상담보다 더 큰 심리적 해소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철학상담의 구조는 세 가지로 구성된다. 현상학, 해석학, 형이상학이 그것이다. 현상학을 통해 사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하며, 해석학을 통해 사태의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형이상학을 통해서는 사태 바깥에 있는 전체적인 의미를 인지해야 한다. 홍 교수는 여기에 실존철학을 더한다. 사태를 마주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실존하는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철학에는 창조성이 있다”며 철학상담이 기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을 예견했다.

한편 홍 교수는 앞으로 철학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문적인 학문연구와 철학상담의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다음 강좌는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김혜미 교수가 ‘리더, 임금의 자리를 탐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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