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가정형Wee센터 풀꽃마을학교' 개교2주년을 돌아보며

박순진 (풀꽃마을학교 일꾼)
박순진 (풀꽃마을학교 일꾼)

성공회 춘천나눔의집이 강원도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2016년부터 시범운영한 ‘춘천가정형Wee센터 풀꽃마을학교’가 정식으로 개교한지 이제 2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50여 명의 중·고등학교 남학생들이 함께 기숙사 생활하며 인문, 예술, 역사, 미디어, 목공, 텃밭, 회복적 생활교육 등 생활에 필요한 기술과 공동체 활동을 익혀갔습니다.

가정의 불화와 방임, 학대와 폭력에 상처 입은 아이들이 피난하듯 찾아온 풀꽃마을학교는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보살피며 건강하게 회복하도록 하는 한편, 학교와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가정문제의 어려움은 학교 적응에도 영향을 미쳐 학교폭력, 왕따와 따돌림, 무기력, 비행 등으로 품행 장애와 심리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학습이 느리거나 발달이 느린 아이들도 가정과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회복의 기술은 존재 자체를 존중하며, 문제를 마주하여 대화하고, 격려를 통해 힘을 얻게 하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풀꽃마을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생활환경과 성장과정, 문제점들을 이해하고자 애씁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 구절처럼 학생을 잘 알면 회복의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아직 잘 모릅니다. 뭔가 알기도 전에 부모와 이별하며 버려지는 경험을 했고, 방임과 폭력을 경험하고, 왕따와 따돌림을 먼저 경험했습니다. 그나마 살아보려고 했던 행동들이 곁에 있는 친구와 가족들을 힘들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풀꽃마을학교 교사들은 우선 존중하며 환영하고, 이야기 나누며 천천히 찾아가려고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친구가 찾아와 지난날을 이야기하며 감사 인사하던 날, 야스퍼스 증훈군과 복합적인 심리적 어려움으로 풀꽃마을학교 생활이 쉽지 않았던 친구가 보고 싶었다며 찾아온 날, 우연히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학교 등교 한다며 미소를 짓는 친구를 만난 날…. 이렇게 지난날 상처로 날 섰던 풀꽃마을학교 친구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찾아가는 이들을 만날 때면 안도하게 됩니다. 삐뚤삐뚤 가는 길, 그래도 갈 길은 가는구나 싶어섭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삶으로 입은 상처가 깊습니다. 가정과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의 상처이고 아픔입니다. 상처 입은 이들을 돌보는 회복의 기술은 어디나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 마을에 뜻있는 많은 사람들과 연대하여 상처를 예방하고 회복할 수 있는 안전하고 행복한 마을을 가꿀 수 있다면 아이들과 우리 모두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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