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한종호 센터장

젊음의 에너지가 뿜어 나오는 강원대학교 캠퍼스. 젊은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센터)로 가는 길엔 젊음의 향기가 가득했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벽으로 만들어진 사무실, 스탠딩 데스크에서 서서 일하고 있는 한종호  센터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모습이 스마트해 보였다. 창조경제라는 분야가 감각도 남다른가 싶었다.

창조경제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사람의 창의성을 발휘하여 경제성장을 가속화 하는 것이에요. 1990년대 말 자본주의의 성장속도가 늦어지자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성장을 다시 가속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토론이 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났는데 그것이 출발점이었지요.”

한종호 센터장       사진=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한종호 센터장       사진=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에서는 노무현 정부 때 혁신이란 키워드로 창조경제가 시작은 되었으나 잠시 주춤했다가 박근혜 정부 때 다시 도입해 창조경제타운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2014년 봄부터는 전국 17개 시도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운영은 정부와 지자체(중소벤처기업부와 강원도청)가 함께 하고 있다.

한 센터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문화일보 정치사회부 기자(17년)를 거쳐 네이버 경영지원파트에 근무하던 중 센터의 경영지원을 하다 일터도 센터로 옮기게 된 경우다. 지금까지 600팀 정도 지원을 해왔다고 한다. 센터를 이용하는 방법은 주로 공모사업을 통해서다. 독창적 기술을 가지고 창업하는 사람을 지원하는데 기술기반 창업과 지역자원기반 사업 두 가지로 지원하고 있다. 몇 년간 사업을 해오며 느낀 점은 강원도의 경우는 기술기반(IT, software, technology)사업보다는 로컬기반사업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기술기반사업은 수도권이 더 유리할 수 있지만 로컬에 기반을 두는 사업은 아무도 따라할 수가 없기에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공한 지원사업의 예를 들려달라고 했다.

가장 먼저 떠올린 사업이 양양 서핑샵이었다. 양양해변에서 파도를 재료로 삼아 서핑이라는 제품을 생산해내는 사업이다. 작년 한해만 50만 명이상이 이용했다고 한다. 

두 번째 예로 속초의 칠성 조선소를 꼽았다.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가업(선박수리업)의 폐업여부를 고민하던 고객에게 카누 만드는 과정을 도입해 재창업을 권유해 성공했고 이후  커피숍, 갤러리, 목공 놀이터 등 진화를 거치며 새로운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현재 속초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핫플레이스라고 한다.

“브레드 메밀”이란 지역 특산물로 만든 빵으로 단숨에 연매출 4억의 성공비지니스로 이끌어낸 평창의 청년 빵집도 지역기반으로 성공한 예다. 지역의 농산물인 메밀을 기본재료로 하고 그 지역 목장에서 나오는 치즈, 지역의 신선한 계란, 멜론, 토마토 등을 쓰는 이곳의 스토리는 수도권이나 타 지역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센터는 혁신적인 기술이 있는 3년 이하의 신규창업자나 예비창업자들이 문 두드려볼 만하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그들을 지원하기에 아이디어가 돋보이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센터장은 로컬산업이 발전한 일본의 경우를 들어가며 설명을 이어갔다.

“일본은 로컬에 집중을 합니다. 자기지역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개발하고 있어요. 우리도 우리지역에 집중해 많은 지역자원을 활용하고 지역의 색깔을 찾아야 합니다. 춘천은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임에도 아직까지 춘천지역의 장점을 끌어내는 사업이 부족합니다. 숨어있는 원석 같은 도시라 좋은 사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 예로 의암호에서 자전거에 기반한 사업을 좀 더 참신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로 연결하면 관광객 몰이로 이어질 수 있는데 좀 아쉽다고 했다. 외부에서 볼 때 미래는 강원도가 대안이라고 하는데 정작 강원도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지역이 갖고 있는 매력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이용한 사업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원도에 청년들이 없다지만 그렇지 않다. 강원대학교나 한림대학교의 재학생중 60%이상이 수도권 학생이고 강릉 쪽엔 수도권 학생이 70%가 넘는 학교도 있다.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이곳에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때문에 와 있는 청년들은 강원도에 일자리가 많다면 다시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 그는 잘라 말한다. “외지의 기업을 유치하려는 노력보다 이미 와 있는 청년들이 다시 살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 등이 필요하다. 창업카페가 그 중 하다다. 3D프린터 같은 장비를 비치해 쉽게 사용할 수 있고 만남이 쉬이 이루어지고 의견도 나누는 그런 공간이다. 중국의 북경에는 이런 곳이 흔하다고 한다. 직접 만드는 수제맥주 가게,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독립서점, 분위기 좋은 카페 등이 많아져야 젊은이들이 모일 것이라고 했다.

낮에는 좋아하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모여서 창업에 대해 의견도 나누고 저녁에는 좋아하는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는 그런 도시를 그리고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 출생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로,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소통에 익숙한 사람들)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면 춘천은 큰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조언한다.

강원대 캠퍼스에 자리하고 있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사진=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강원대 캠퍼스에 자리하고 있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사진=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창조경제 혁신센터는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비빌 언덕 같은 곳이며 그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만들어진 곳이라고 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동안의 비결을 물었다. 

“잘난척 안하려고 하구요(웃음). 제가 알고 믿고 있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죠. 젊은 친구들이 저보다 더 많은 지식과 정보가 있는데 다만 그들은 새로운 생각을 표현할 언어를 가지지 못한 것뿐이죠.” 

이런 생각은 네이버에서 일하는 동안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기자로 일할 땐 독선에 빠지기도 했어요. 내가 옳다고 생각해야 기사도 나오니까요. 그런데  새로운 기술로, 이전에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해내는 젊은 개발자들을 보며 바뀌었어요. 어쩌면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젊은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젊은 세대를 존중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에는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다. 

“용기나 결심은 젊은이들에게 있다. 젊은이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미래에 대한 투자다.” 

강원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수십 년 넘게 토박이로 살아온 기자보다 훨씬 깊었다.

개인적으로 사업과 관련한 여러 가지 질문에 그는 읽어보면 도움이 될 거라며 몇 권의 안내책자를 불쑥 내준다. 따뜻한 마음씨가 전해진다. 

한 센터장과의 인터뷰 덕분에 춘천만의 자원을 활용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수많은 창업자들이 만드는 멋진 춘천의 미래를 그려보게 되었다. 무척 괜찮은 춘천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도 부풀어 올랐다.

편현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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