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초등학교 4학년 때 밴드부에 들어가 트럼펫을 잡았다. 나름 소질이 있었지만 중학교에서는 운동을 택했다. 고등학교 때 문제를 일으키는 반항아이기도 했던 이명우(50) 씨가 다시 악기를 잡은 것은 은사인 이춘석 음악선생님을 만나면서부터다. 그 계기가 없었다면 깊은 방황의 길을 갔을 수도 있다고 믿기에 그는 지금도 스승의 날과 은사의 생신 등 기념일에 감사한 마음을 챙긴다.

슬럼프가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생긴 사고로 얼굴을 크게 다쳐 안면마비가 왔을 땐 정말 힘들었다. 세 번의 수술을 해야 했고 턱을 움직일 수 없어 악기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절망감도 컸다. 3년의 재활 끝에 악기를 다시 잡을 수 있었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독일 유학행을 택했다. 

춘천시립교향악단 이명우 트럼펫 수석
춘천시립교향악단 이명우 트럼펫 수석

사고로 잠시 트럼펫을 놓았던 적은 있지만 트럼펫과 함께 한 시간이 어느새 40년. 한 번도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트럼펫은 강열한 음색을 가졌으며 멜로디 악기라 곡 연주가 가능해 재미와 즐거움도 컸다. 다른 금관악기와 마찬가지로 방심하면 음이 금방 틀리는 예민함 때문에 어렵다면 어려운 악기다. 그러기에 고도로 집중해야 하고 연습도 게을리 할 수 없다. 

트럼펫 연주가 어떤 건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면 1970년대부터 방송된 ‘장학퀴즈’ 프로그램의 테마곡(하이든의 트럼펫협주곡 3악장)을 떠올리면 된다. 이곡은 모든 대학입시생들의 필수 연주곡으로 트럼펫터로서 소화해야 할 기본적 테크닉이 모두 들어있고 트럼펫이라는 악기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곡이라 할 수 있다. 

춘천시립교향악단에선 16년째 무대에 서고 있다. 멜로디 악기라 독주 부분이 많은데 무대에 올라서면 여전히 긴장되면서도 기대가 된다. 요즘은 악단의 연주를 즐기는 춘천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종진 지휘자의 역량이 발휘되어 협연자 구성이 좋고 악단의 전반적인 기량도 향상된 덕분에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많이 늘었다. 

그는 학생들 가르치는 일에도 많은 열정을 쏟고 있다.

처음 배움이 끝을 좌우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는 처음 배우는 시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트럼펫을 배우는 시점이 끝나는 시점입니다. 첫 시작을 어떻게 하냐가 끝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봐요. 첫 단추를 잘못 끼운다면 마지막 단추도 어긋나듯이 중간쯤에서 잘못된 점을 고치려면 다 뜯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그를 거쳐 대학을 갔고 현재 악단원이나 교사, 개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가정이 어려웠던 아이들, 방황하다 돌아온 아이들이 트럼펫을 통해 마음을 다잡고 성공한 케이스도 많다. 기억에 남는 아이들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그는 그들을 가르침으로써 스스로 더 성장했다고 믿는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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