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하고 교칙을 준수하며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학생은 칭찬과 보상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비난과 처벌이라는 사회적 제재를 받기도 한다.”

어느 날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사회시험에 대비해 예비 문제를 내달라며 내민 사회책의 일부다. 함께 공부하던 중 이와 같은 내용을 읽고 꺄우뚱해졌다. 위의 문장에서 칭찬과 보상, 그리고 사회적 제제라는 말은 굵은 글씨로 표기돼 시험 문제에선 괄호 안에 채워 넣어야 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아들에게 물었다. “너는 이 문장을 어떻게 생각하니?”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면 칭찬 받고 말을 안 들으면 벌을 받으니, 맞는 말이지….”

근대 민주주의 형성과정이 주 내용을 이루는 현대사공부를 나름 즐겨하던 아들의 대답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개성이 있는 아이들은 교칙을 어길 수도 있고 교칙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야 하는지, 모범생이 아니라 해서 사회적 제제가 따라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줄 알았다.

중학교 1학년에 실시하는 자유학기제는 시험으로 아이들 서열을 가리지 않아 1학년 과정은 친구를 사귀고 달라진 학교시스템에 적용하는 시기라 생각했는데 꾸준히 실시되는 테스트와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제출해야하는 과제 양을 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초등학교 때 시험성적 등에 신경을 쓰지 않던 아이가 새로 만난 교사와 친구들을 의식해 테스트를 대비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새로 만난 친구들을 성적으로 판단하는 풍토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또 반 ‘밴드’를 만들고 가입된 부모에게 아이들이 시험을 잘 보도록 학습 코치를 요청하는 담임교사에게도 적잖이 실망하고 있었다. 물론 부모의 반응은 각기 다르겠지만 ‘생각이 다른 아이들’을 외로운 존재로 만들 것이라는 의문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즈음에 접한 사회교과서의 이러한 내용은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칭찬과 보상, 처벌과 비난 그리고 사회적 제제라는 말을 이렇게 사용하다니.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이 교칙과 학교 커리큘럼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면 바로 ‘제제를 받게 된다’는 말로 보여 창의력과 개성을 말살하고 있지는 않은가 걱정이 됐다.

지인 학부모들에게 이 같은 교과서 내용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대부분 ‘설마’라며 믿기지 않는다면서 교과내용을 챙겨볼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영어, 수학, 국어 그리고 예체능을 위한 사교육에 집중한 나머지 사회나 도덕 등은 곁가지였다. 

사회책의 이러한 내용을 보자마자 ‘세월호 사건’이 떠올랐다. 이전엔 왜 그 상황에 ‘가만히 있으라’라는 어른의 말을 들었는지 답답했는데 조금은 이해가 간다.

의심하고 질문하고 때로는 반항하라고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대안을 찾아 나선 부모들에게 안부전화라도 돌려볼까라는 심정이 드는 나날이다.

 정리 |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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