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활동가 아카데미] ⑤농촌유학, 사람을 키우다
[농촌활동가 아카데미] ⑤농촌유학, 사람을 키우다
  •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
  • 승인 2019.06.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가올 미래사회, 부모도 예측할 수 없어…변화를 즐기는 아이로 키워야”

춘천농살림학교는 지난 4월 16일부터 6월 18일까지 효자동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희망리본에서 농촌생활을 꿈꾸는 시민을 대상으로 ‘농촌활동가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춘천사람들》은 농촌에 관심이 있지만 참여하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강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편집자 주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

‘10초백’이라는 인터넷 용어가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10초마다 볼 수 있는 같은 디자인의 가방이라서 그렇게 불린다. 명품백을 살 형편이 못되면 짝퉁(가품)이라도 사서 들고 다닌다. 나 혼자 유행에 뒤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기업은 대중들의 심리를 이용한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생기고 새롭게 소비할 것이 넘쳐난다.

교육도 하나의 산업에 포섭된 지 오래다. 다시 말해 학부모 역시 교육에 대한 불안 때문에 소비한다. ‘우리아이만 뒤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불안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 불안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 즉 기회비용에 기인하기 때문에 모든 경우, 모든 삶을 다 살지 않는 이상 떨쳐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안을 지우기보다는 불안이 생길 때 어떻게 다독이고, 데리고 살며, 내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를 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획일적으로 정해놓은 목표에 빨리 올라서기를 강요한다. 그리고 이것이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재능과 개성이 다른 아이들에게  똑같은 목표를 제시하고 똑같은 잣대로 대하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다. ‘나무를 잘 타는 것으로 물고기를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평생 바보로 생각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옛날만 해도 아이의 싹을 보아 스승에게 맡기는 식의 도제교육이 이루어졌다. 자식이 손재주가 있으면 동네 대장장이에게 데려다 주고 일을 익히게 했다. 이와 같은 전근대 사회의 교육은 속도가 매우 느렸으며, 표준화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표준화된 상품을 빨리 생산해야 하는 세상이 시작됐다. 그래서 읽기 쓰기 셈하기의 표준적이고 효율적인 기초교육을 하는 근대적 학교를 설립하게 됐다.

하지만 시대는 더욱 빨리 변해갔다. 교육은 근대적 학교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데 이미 4차 산업시대가 활짝 열렸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변하는데 교육은 컨베이어에서 찍어내듯 여전히 획일화되어 있다. 아이들은 이러한 교육방식 때문에 학교를 떠나고 있다. 1년에 학업을 중단하는 아이들이 7만 명이다. 대학 졸업장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사회는 대학 졸업장 외에 다른 능력을 원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대학을 이탈하여 고시원으로 향하고 있다. 이제는 침몰하는 교육에서 과감하게 뛰어 내려야한다. 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녀를 교육해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현재가 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급변의 시대라면 예측불가능성에 대한 교육을 하면 된다. 말하자면 네비맘이 되지 말고 서핑맘이 되는 것이다. 네비맘은 아이에게 길을 제시해주는 부모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정확한 맵과 최단거리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핑맘은 파도를 자유자재로 타고 노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다. 지금의 변화는 단순한 파도가 아니라 쓰나미급의 빠르고 거대한 변화이다. 변화의 쓰나미를 자유자재로 타고 놀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농촌유학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이는 부모와 떨어져 스스로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공동체 안에서 갈등 조정능력을 키우고, 변화무쌍한 자연을 타고 놀면서 적응력을 기르며, 놀이를 하면서 창조력을 키울 수 있다. 자립심, 건강, 지적능력, 정서적 안정 등은 농촌이라는 물리적인 환경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다. 농촌유학은 자연과 아이들, 농가부모, 학교, 그리고 센터의 코디네이터 등이 함께 협력하며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한다. 마을은 미래의 소비자로서 든든한 농촌의 파트너를 키우게 되는 것이며 이로 인한 귀농귀촌도 활성화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을 살리는 길은 기존의 방법과 다른 길로 가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서서히 교육을 바꾸어 나갔으면 좋겠다.

정리 |  홍석천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