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옥 (강원도교육연구원 파견교사)
임영옥 (강원도교육연구원 파견교사)

고등학교에서 독서교육을 해 오면서 마음 한편으로 쓸쓸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독서교육의 본질이랄 수 있는 책읽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눈에 보이는 독서행사만 남을 때 어깨에 힘이 쭉 빠진다.

작가 초청강연회를 할 경우 책을 미리 읽고 참여하는 걸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강연회 전부터 독서활동을 시작한다. 학생들이 정기고사 전후로는 시험에 대한 부담으로 책 읽을 여유가 없으므로 이 일정을 피해 책 읽을 시간을 고려하여 강연회 날짜를 잡는다. 책을 미리 나눠주어 돌려 읽히고, 책에 대한 소감과 질문을 담은 간단한 독서활동지를 작성해 제출하게 한다. 작가의 책을 읽고 강연에 참가하면 강연의 의미가 몇 배 더 풍부하게 다가오고, 그 시간을 통해 생각의 범위가 더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와 바람으로 강연회가 열리기 전에 꽤 촘촘하게 독서활동을 지도한다.  

그런데 강연 중에 작가가 책에 나와 있는 내용과 관련해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답하는 학생이 없어 정적이 흐를 때가 있다. 작가와의 질의응답 시간에도 학생들의 질문이 거의 없거나 어쩌다 나온 질문도 책이나 강연 내용과는 거리가 먼 단순 질문에 그치는 걸 목격할 때 몹시도 민망하고 아쉽다.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있다는 걸 직감하면서 불쑥 이런 궁금증이 생기는 것이다.

‘학생들은 정말로 책을 읽고 있는 걸까?’

분명 책을 읽고 독서활동지도 제출하고 강연회에 참가하는데 책을 다 읽고 온 학생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1년에 정기고사와 학력평가로 총 8회의 시험을 치르고 평소에는 수시로 교과별 수행평가와 과제에 치여 사는 학생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독서행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간혹 학교생활기록부 세부특기사항 관리 차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독서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작가초청강연회를 비롯해 책 대화, 독서문화기행, 비경쟁 상호협력 독서토론, 낭독 행사, 북 콘서트, 서평 쓰기, 독서동아리 발표회, 인문독서토론캠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관련 행사와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책’을 매개로 하며, ‘책 읽기’가 전제될 때 비로소 온전해지는 활동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행사에 참가하기 전에 책을 온전히 다 읽고 참가하는 학생들은 몇이나 될까? 물론 독서행사에 참가할 때 책을 꼭 다 읽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책을 안 읽은 학생도 이런 경험을 통해 독서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독서교육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독서행사를 진행해 오면서 언제부턴가 정작 본질이랄 수 있는 ‘책 읽기’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고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행사가 갖는 재미와 흥미, 유익함의 총합이 아무리 크더라도 정작 이것이 ‘책 읽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다만 분절적이고 일회적인 독서행사를 하나 더 치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독서교육에 대해 ‘학생들이 정말 책을 읽고 있는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독서행사도 ‘책 읽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독서교육의 목표를 이룬 것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상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책 읽기와 연결되는 독서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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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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