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시민 운동’ 펼치는 춘천북부노인복지관 박재호 관장

지난 5월 13일, 춘천북부노인복지관(관장 박재호)은 춘천문화방송 대회의실에서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을 통해 가족사랑 문화를 조성하고, 모금 사업을 통해 위기 조손가정을 지원하는 캠페인 ‘2019 세대공감 행복나눔 캠페인’ 발대식을 진행했다.

소년처럼 맑은 표정의 박 관장을 만나 ‘세대공감 행복나눔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취지,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지 물었다.

“우리 복지관 옆에 소양초등학교가 있는데, 두 건물 사이엔 담이 없어요. 자연스럽게 1세대와 3세대가 공존하는 공간이 형성되었어요. 먼저 시작한 일은 두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합창이었어요. ‘두빛나래’라는 이름의 합창단이 만들어졌지요. 그런데 할아버지와 손주들이 함께 노래하는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까 그 행복한 모습 이면에 있는, 즉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조손가정에 생각이 미쳤어요.” 

현재 춘천에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조손가정이 얼마나 됩니까?

박재호 관장   사진 고학규 시민기자
박재호 관장       사진 고학규 시민기자

“춘천에만 800여 가구나 됩니다. 그것도 통계상으로 확인이 되는 조손가정의 숫자입니다. 드러나지 않은 가정도 많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겠지요. ‘세대공감 행복나눔 캠페인’에는 세 가지 테마가 있습니다. ‘세대공감 행복사진 공모전’과 ‘세대공감 행복나눔 문화제’ 그리고 ‘세대공감 행복나눔 릴레이’입니다. 이 중에서 세 번째 행복나눔 릴레이에서는 춘천 어린이집연합회와 함께 위기 조손가정 지원을 위한 공동모금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모금행사에서 3천300만원이 모였고 매칭 후원금까지 모두 4천300만원의 기금이 마련되었는데요, 각 가정에 최소 50만원에서 최고 200만원까지를 올 6월에 전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이제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노년문화에 대한 정책적인 노력도 중요하고 북부노인복지관처럼 기관의 활동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공동의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관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고령친화도시‘란 어떤 것인가요?

“노인이란 수동적이고 권위적인 존재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사회로 환원하는 적극적인 참여의식을 갖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사회적, 정책적으로 지원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회적 활동을 이어가면서 세대 간의 공감을 끌어내야 하고 그와 함께 시민들이 노인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과 존경, 그리고 감사가 넘치는 가족문화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가족문화가 달라지면 사회문화도 바뀌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문화적 공감을 이루는 고령친화도시를 만들어 가자는 뜻에서 저희 북부노인복지관에서는 ‘선배시민-춘천mate(짝, 친구)’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선배시민(Senior Citizen)은 젊은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지혜와 경험을 가진 노인을 일컫는 ‘선배’와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의 합성어로, 공동체 및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시민의 권리를 누리고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시민사회 선배를 의미합니다. 춘천북부노인복지관의 ‘춘천 mate’는 만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모여 지혜와 경륜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참여하는 자원봉사 활동입니다. 2018년 6월에 모인 17명의 ‘춘천mate’는 춘천시의 동행자로서 한 해 동안 지역사회 내의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펼쳐나갔습니다.”

봉사활동으로 사회적 참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활동도 함께할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런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저희 복지관에는 61개의 평생교육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예를 들면 ‘스토리텔링과 책놀이’이 있는데 수료 후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할 수 있습니다. 복지관 옆 생태공원 활용을 위한 ‘숲해설가’ 양성 과정, 또 ‘춘천 역사 문화 강사’ 양성 과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세대공감 사회적 협동조합(고령자협동조합)을 만들고 있습니다. 60세 이상 조합원이면 누구나 활동할 수 있는데요, 소득도 만들고 사회적 관계의 지속이라는 측면에서도 많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 많은 일들을 하고 있네요, 사회복지라는 분야는 봉사와 희생정신이 없으면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혹시 마음에 담아두신 멘토가 있나요?

“한림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목욕봉사자들과 함께 차량 운행서비스를 했어요. 어느 날 장애우 한 분이 참지 못하고 토했어요. 그때만 해도 길이 아주 울퉁불퉁하고 험했거든요. 그런데 봉사자 중 한 분이 그걸 맨손으로 싹 치우시는 거예요. 그 순간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 20여 년이 지난 후에 기관장으로 취임해 앞에서 인사를 하는데 그 봉사자분이 저 뒤에 서 계시는 거예요. 그분은 그때까지도 그 봉사활동을 그대로 하고 계셨어요. 그분이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관장님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노년은 어떤 모습입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 일(대단한 일자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을 찾아 하는 것이 우선이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지역과 함께 나누면서 노년을 생산적이고 아름답게 펼쳐갈 수 있는 장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노년이 아닐까요?” 

위기 조손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성금을 전달하며 세대공감, 행복나눔을 함께하는 춘천북부노인복지관.
위기 조손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성금을 전달하며 세대공감, 행복나눔을 함께하는 춘천북부노인복지관.

그렇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이란 세대를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본분에 맞는 사회적 활동을 유지하면서 인생의 선배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후배세대들과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것, 그리고 조금 더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춘천이 고령친화도시로서 모든 세대가 함께 손잡고 걷는 아름다운 도시가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복지관을 나서면서 박 관장의 꿈에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고령화, 초고령화, 그에 따른 상대적 빈곤층의 하류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

“행복한 하류노인의 공통점은 - 돈 이외의 풍부한 인간관계가 구축되어 있다. 경제우선 생활에서 사람과의 유대중심 생활로 가치관을 바꿔야 행복한 하류노인이 될 수 있다.” -후지타 다카노리의 《2020 하류노인이 온다》 중에서

 이경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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