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교육서비스보다 순수한 환경을 택했어요

《춘천사람들》은 춘천지역 초·중·고 학부모회장님들을 만나면서 진학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춘천의 교육환경을 개선할 목적으로 여러 학교의 학부모회장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해요. 정말 부모님들은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아이들이 진학할 때는 주위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물어서 결정할 정도로 정보가 부족해요. 언론에서 이런 정보를 모아준다면 참 의미 있는 일이겠지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힘이 납니다. 광판초등학교에 다니는 자제분이 몇 명입니까?

5학년 남자아이 한 명과 3학년 여자아이 한명이 있어요. 저희는 시골학교를 선택해서 시내에 있다가 광판리로 찾아간 경우에요. 친척들이 있거든요. 학생 중에 절반은 저희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정은상 회장(오른쪽)
정은상 회장(오른쪽)

시골학교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아이들이 순수함을 오래 간직하는 것이 가장 크겠지요. 또 시내의 학교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들 간의 관계문제나 미디어 중독, 방과 후 원치 않는 학원을 계속 돌아야 하는 문제들이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반대로 도심 학교들이 제공 할 수 있는 교육적인 부분을 제공하지 못하기도 해요. 아마 많은 시골학교들이 안고 있는 문제라고 보는데 5학년 이상이 되면 시내로 전학을 가는 학생들이 급증해요. 학원 같은 교육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이죠.

하지만 시골학교 교육프로그램 등에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맞아요.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지요. 학부모들이 프로그램 선정에 적극 개입하고 있고요. 또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선생님들도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개별적인 지도를 해 주시고요. 일반적인 학습에서는 사교육 서비스 이상으로 선생님들이 수고해 주세요. 하지만 공교육이 할 수 없는 영역이 있지요. 예를 들어 취미생활이나 예체능에 대한 교육을 받으려면 시내로 나가야 해요. 어쩌면 우리는 다양한 교육서비스와 순수한 환경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요.

두 가지가 양립할 수는 없을까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교육 환경이 뛰어난 몇몇 외국의 경우 순수한 시골의 자연환경 속에서도 다양하고 깊이 있는 교육이 가능한 시스템이 있으니까요. 그것은 교육당국만이 아니라 온 주민들이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겠지요. 다만 춘천에서는 아직 현실적으로 그런 조건이 갖추어 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거예요. 이곳에 광판 중학교가 있지만 중학교 진학률이 더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시내 초등학교로 전학을 갔거나 시내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저희가 느끼는 바와 비슷했어요. 얼마 전에도 시내 중학교에 진학한 졸업생이 놀러왔는데 아이들의 ‘영악함’에 혀를 내두르더라고요. 좋게 말하면 똑똑한 것이지만 아이들다운 순수성을 잃어버린 똑똑함은 차별로 이어져 자칫 위험할 수도 있지요. 우리 학교에는 다문화 가족 아이들이 각 반마다 적게는 20%, 많게는 40%정도 있어요. 그 아이들과 어떻게 지낼 것 같으세요? 차별은커녕 다르다는 개념도 별로 없어요. ‘외국인 부모를 가진 아이인데 우리 반 친구’가 아니라 ‘친한 친구인데 그 친구의 부모는 외국에서 왔다’고 인식해요. 친구가 우선하는 거지요.

앞으로 학교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습니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들에게 적합한 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수준 높은 교육 서비스가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이미 우리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에 살고 있는데 교육은 아직 소품종 대량생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시골학교에서부터 그러한 변혁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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