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편집위원
이충호 편집위원

독일의 신학자이자 히틀러 암살단의 일원이었던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가 히틀러 전복 음모에 가담한 이유는 단순 명쾌했다. “미친 사람이 모는 차에 희생되는 많은 사람들을 돌보는 것만이 나의 과제가 아니다. 이 미친 사람의 운전을 중단시키는 것이 나의 과제다.”

1945년 4월 8일 그가 다른 수감자들을 위한 예배를 인도하고 마지막 기도를 끝내자, 간수 두 명이 들어왔다. “본회퍼, 나를 따르라.” 그 말이 곧 사형이라는 사실을 모든 수감자들은 알고 있었다. 동료들이 그에게 서둘러 작별 인사를 하자 본회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마지막이겠지. 하지만 나한테는 이게 삶의 시작이지.” 

그는 벌거벗겨져 나무를 지나고 작은 계단을 내려가 사형 집행장으로 끌려갔다. 그에겐 잠시 동안의 자유가 허락되었다. 부드러운 봄기운이 퍼진 숲 속 교수대 아래 알몸으로 꿇어앉아 마지막 기도를 드렸다. 5분 뒤 그의 삶은 끝났다. 그의 나이 서른아홉이었다. 3주 후 히틀러는 자살했고, 한 달 뒤 나치 제국은 무너졌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자신을 디트리히 본회퍼에 비유했다. 

“문재인은 자신의 잘못된 신념으로 전 국가와 국민에게 북한 공산주의 이념인 주체사상을 강요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현명한 5천만 국민들이 독일 히틀러의 폭력적인 역사를 교훈 삼아 연말까지 문재인을 하야시키고, 남북의 자유 민주국가 통일을 이뤄 대한민국을 세계 1등 가는 나라로 만드는 일에 참여해 달라.”

한기총 소속 6만5천 교회, 30만 목회자, 25만 장로, 50만 선교 가족들에게 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청와대 앞에 캠프를 치고 1일 릴레이 단식 기도회를 진행하잔다. 저 기세당당함은 어디서 왔을까? 한국 교회가 그동안 경쟁하듯 앞다퉈 지어 올린 더 크고 더 호화스러운 성전의 헌금함에서 나오는 걸까? 

지난 3월 옛 건물보다 여섯 배나 크게, 지상 13층 지하 6층 규모로 올린 새문안교회의 ‘양팔 벌린 어머니의 품’은 800억원짜리 헌금함이다. 2천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예배실의 천정고는 19m에 달하고 거기엔 신도가 헌물한 23억원짜리 캐나다산 대형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사랑의교회가 2013년 서울 서초동 노른자위 땅에 올린 지상 14층 지하 7층, 연면적 2만평 크기의 건물은 부지 매입비 등을 제외하고 순수 건축비만 3천억원이 들어간 헌금함이다. 

교회의 헌금과 헌물은 액수가 아무리 커도 면세 대상이다. 교회건물 부동산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세금 폭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상당수 대형 교회는 세습된다. 참, 부럽지도 않은, 발 들이고 싶지도 않은 그들만의 에덴이다. 

“온 땅에 하나의 언어와 하나의 말만 있더라.” 창세기 11장의 시작이다. 인간들이 “가서 우리를 위하여 도성과 탑을 세우되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도록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내자. 그리하여 우리가 온 지면에 멀리 흩어지지 않게 하자”며 바벨탑을 쌓아올렸다. 바벨탑을 내려다보던 이가 “가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에서 그들의 언어를 혼란시켜 그들이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며 그들을 온 지면에 멀리 흩어놓자 그들이 도성 짓는 것을 그쳤다.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해야 할 ‘종’들이 일은 하지 않고 바벨탑만 높이고 있다. 그들 사이에 쓰는 언어가 많아져 중구난방으로 흩어질 결말을 알고 있는 사람들 눈에는 측은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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