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숙 기자
유은숙 기자

지난 5일 춘천을 찾아 강연을 진행한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은 환경이 처한 위기를 ‘문명의 소멸 위기’라고 표현했다. 지구가 함께 공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말하며 순환적 농업사회만이 회생의 길이지만 생산량이 재산상 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아래 순환적 농업을 꿈꾸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구가 멸망의 길로 간다면 ‘한반도 평화’조차도 무의미하다 했다. 이 명제를 듣자 한국에서 공을 들이는 ‘출산 장려’ 정책 또한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이 0.98명으로 떨어졌다는 발표가 나자 한국은 쇼크 상태로 빠졌다. 사회전문가들은 2050년엔 인구절벽 저소비, 저성장, 저고용으로 국민연금 재정 고갈과 군 병력 감소 등의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한국은 그 추세에서 벗어났지만 세계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그 증가속도도 가파르다.  2천 년 전만 해도 지구 인구는 2억 명 가량이었다. 1500년쯤은 4.2억 명이던 인구가 1850년에 10억, 1930년 20억, 1975년 40억, 1999년에는 60억을 돌파했고 2025년엔 85억, 2050년엔 100억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억의 인구증가에 1500년이 소요됐는데 지금은 3년이면 족하다. 

세계인구 증가 속도는 과학의 발달 속도, 지구 온도가 올라가는 속도, 오존이 파괴되는 속도, 미세먼지 발생 일 빈도 증가 속도와 발을 맞추고 있다. 인구증가는 한정적인 지구의 자원을 순식간에 고갈·파괴시켜 자연의 역습이라 불리는 이상 징후를 야기했다. 지구가 포용할 수 있는 인구수를 넘어섰고 문명 소멸의 위기에 놓였다는 데 큰 이견이 있을까? 

김 발행인 말처럼 병든 지구에서 평화가 큰 의미 없듯이 사람살기 힘든 지구에서 출산정책도 당위성을 잃기 쉽다.

나이 마흔인 나의 어린 시절만 해도, 황사고민은 했지만 회색빛 미세먼지를 걱정한 날은 하루도 없었다. 아이들은 마을을, 골목을, 운동장을 원 없이 뛰어다녔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꾸짖는 어른들의 목소리도 없었다. 

출산율이 저조한 것은 엄마들의 본능적 움직임일 수도 있다. 한 친구가 말했다. “따듯한 봄에, 선선한 가을에, 아이가 뛰어놀 수 없는 환경이 무서워 아이를 낳을 수 없다. 기관지나 폐가 약한 아기가 고통 받게 되진 않을지 두려워 출산을 포기했다.” 모든 가임여성의 생각이 이렇진 않지만  ‘오염돼 가는 지구에 새 생명을 낳지 않겠다’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한해 20조가 넘는 예산을 쓰는 출산정책이 걸려넘어진 돌부리의 이름이 ‘병든 지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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