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복지기관과 복지사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춘천농살림학교는 지난 4월 16일부터 6월 18일까지 효자동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희망리본에서 농촌생활을 꿈꾸는 시민을 대상으로 ‘농촌활동가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춘천사람들》은 농촌에 관심이 있지만 참여하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강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편집자 주

권혁범 대표살림꾼이 귀농을 꿈꾸는 청중들에게 농촌복지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권혁범 대표살림꾼이 귀농을 꿈꾸는 청중들에게 농촌복지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전남 영광의 농촌복지공동체인 여민동락공동체(대표살림꾼 권혁범)의 모태는 대학 선후배 관계인 세 가정이 귀농의 뜻을 품고 함께 생활하면서 시작됐다. 초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생활공동체를 꿈꿨다. 초보들은 공동체를 떠올리면 막연하게 생활공동체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실은 ‘생활’은 가장 많은 훈련과 내공이 필요한 공동체이다. 생활을 함께 한다는 것, 삶을 함께 한다는 것은 깎이고 깎여서 서로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바탕에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의 생활공동체가 실패하는 원인이 그만한 훈련과 내공 없이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도 생활공동체는 실패했다. 이후 방향을 바꿔 농촌복지공동체를 만들기로 했다.

사람들에게는 복지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복지는 복지기관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복지는 복지사들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형태의 복지개념을 만들어 보고자 노력했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복지에 대한 가능성을 시험한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자면 복지는 농촌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왜냐하면 농촌은 모든 것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인근에 마지막 점포가 문을 닫고 간장 한 병 사려면 1시간 30분이나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동네가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 작은 가게를 열기로 하고 군에 요청했다. 그러나 가게를 여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수익사업이라며 거절했다. 전문가 자격으로 심사를 맡은 어느 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대답이었다. 우리는 싸웠다. 우여곡절 끝에 지원을 받아 가게를 열었다. 주민들은 더 이상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됐다. 복지의 개념을 넓힌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귀농과 공동체는 어떤 관계인가? 공동체는 귀농에 필수적인 전제인가?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 잠깐 현실의 농촌 풍경을 들려주고 싶다. 우리는 매스컴에서 성공한 농업인에 대한 소식을 주구장창 듣는다. 누구는 무슨 품종으로 연 순수익 1억을 찍었다더라. 누구는 무슨 상품을 개발해 최고급 외제차를 끌고 논길을 달린다더라.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그런 수준의 수익을 올리는 농업인을 심심찮게 만나 볼 수 있다. 영광에도 꽤 있다. 그런데 그들은 귀농인은 아니다.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땅을 모아 근방의 논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대농들이다. 쌀농사만 지어도 국가에서 전부 매수하니 억대 연봉을 번다. 그들의 자식들은 대학교 졸업하고 영농후계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1억짜리 트랙터를 현찰로 바로 구입한다. 그런데 귀농을 해서 그런 연봉을 받겠다고? 상상할 수도 없다. 이미 농촌의 경제구조도 도시화돼 있다.

그렇다면 땅이 없는 우리의 무기는 무엇인가? 바로 공동체를 이루는 힘이다. 연대하고 정보를 주고받으며 우리의 공간을 마련한다. 물론 대농처럼 돈을 벌겠다는 허황된 꿈은 버려야한다. 우리 공동체도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하는 중산층 소득을 목표로 잡았고 이제 거의 도달했다. 그 정도는 힘을 모아 만들 수 있다. 삶의 질도 만족스럽다. 외지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귀농인들에 가장 적합한 사업이 다름 아닌 복지다. 그 이유로는 첫째, 토박이들에게 가장 빠르고 쉽게 융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도움을 드리면 그분들은 곁을 내주신다. 둘째, 귀농인들이 힘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기본적인 수익을 창출해 낼 수도 있고 농촌사회의 역할을 분담하면서 뜻있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모을 수도 있다. 어마어마한 부자가 아닌 이상 농촌에 정착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복지사업을 통한 공동체 형성은 그나마 가장 안전한 연착륙이라 생각한다.

정리 |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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