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강원영상위원회 사무국장)
김성태 (강원영상위원회 사무국장)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군대는 많은 영향을 준다. 물론 나에게도 그랬다. 제대 후 흥미가 없었던 학교를 자퇴하고 뭔지 모를 무언가를 찾는다고 무작정 유럽 여행을 떠났다. 지금 생각해도 나의 무모함과 당돌함에 웃음이 난다. 그리고 의미 찾기 여행을 다녀와 건설현장 일용직부터 호프집 아르바이트까지 닥치는 대로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찾으려던 정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아르바이트를 대신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MBC 환상특급 프로그램 제작 아르바이트였는데 트라이포드라는 카메라 다리만 들고 다니면 되는 일로 지금 10대들 표현으로 ‘꿀 알바’라고 했다. 하지만 나의 기대감은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에 무너졌다. 지금까지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문제는 방영시간에 맞추기 위한 살인적인 스케줄이 대표적인데 하루 밤샘은 애교로 느껴질 정도로 밤샘 촬영이 많고 초과 근무도 많았다. 이런 환경은 제작 스텝들과 배우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드라마에 집중할 수 없어 드라마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촬영현장에서의 대기 시간도 스텝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주연 배우를 기다리거나 연출자의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 정리 될 때까지 버스나 좁은 차 안에서 쪽잠을 자며 대기하는 시간들이 많았다. 이렇게 나의 꿀 알바는 나의 체력을 방전시키고 끝이 났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드라마 제작환경들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부분이 많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텝들과 보조출연자를 직업 동료로 인정 하고 그들의 처우개선에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1년간의 드라마 현장 경험은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다른 한편으로는 강한 인상을 남겨 후에 독학으로 영화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영화 독학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좋은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 수급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클릭 하나로 세계의 대작들을 쉽게 찾아서 볼 수 있지만 그 당시는 고전영화나 해외 우수 영화제 수상작품들을 볼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사돈의 팔촌까지 인맥을 동원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적판과 복사판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했다. 그러다 소장영화가 많다는 독립영화 모임에 가입을 하고 그 곳에서 만난 영화인들의 도움으로 나의 첫 단편 영화도 만들게 되었다. 

잠시 독립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와 다르게 자본과 배급의 영향을 받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대로 제작되는 영화를 말하는데 적은 제작비로 신인 감독들이 새로운 주제와 형식으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여서 일반 관객들은 재미없고 허술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립영화는 한국영화 100년 역사의 한축을 당당하게 지탱해왔다.

지금도 독립영화는 한국영화의 미래를 짊어진 감독들에게 등용문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신인감독들이 저예산 독립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실력을 선보이고 이를 발판삼아 상업영화감독으로 또는 작가주의 영화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되어주고 있다. 그리고 독립영화는 문화의 다양성을 지켜내고 있다. 획일적인 문화를 추구해 빠른 이익을 보려는 기업의 상업적 계산에 의해 우리의 문화 선택권은 우리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시나브로 억제되어왔다. 

독립영화는 지금 이 시간에도 작지만 강한 몸부림으로 우리의 다양한 문화 향유와 문화 선택권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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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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