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의 심리적 거리가 아이들끼리의 친밀도"
"적은 인원, 높은 친밀도…일반고 전환 후에도 계속 되기를"

김유정 문학촌을 지나 금병산 기슭으로 조금 들어가자 ‘김윤선 도예공방’이 보였다. 공방에는 여덟 명의 성수여자고등하교 학부모회 임원들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학부모회 임원들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고 웃음꽃을 피우면서도 손과 눈은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인터뷰 약속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성수여자고등학교 최정미 학부모회장은 마침 학부모회가 도자기공방에서 문화체험을 하는 행사가 있는데 그곳에서 인터뷰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조금 의아했지만 알겠다고 대답하고 시간에 맞춰 출발했다. 과연 여느 때의 인터뷰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자리에 앉아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김윤선 도예가는 화병을 한번 만들어 보라고 권했다. 결국 진흙을 주무르면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최 학부모회장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성수여고의 가장 큰 특징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최정미 학부모회장(왼쪽 세 번째)
최정미 학부모회장(왼쪽 세 번째)

학부모회 임원들이 매우 친밀하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자주 모이는 편입니까?

네. 맞아요. 저희는 이런 문화체험이나 예술 감상, 여행 등 함께하는 활동이 많아요. 학교에서 비용을 포함해 여러 측면에서 많이 지원하고 있으니까요.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지원한다고요?

그게 저희 학교 특징의 핵심이에요. 성수여고는 전교생이 550여명이에요. 도시학교치고는 아주 작은 규모라고 할 수 있지요. 학급수가 적어 아이들은 친해지기 쉬워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학부모들끼리의 관계에요. 학부모가 먼저 서로 심리적 거리를 줄여야 아이들도 발걸음을 옮길 수 있어요. 아직 완전한 성인이 아니니까요. 학교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어요. 물론 선생님들도 최대한 학생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만 한편으로 학부모끼리 친교를 나누고 가까워지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지요.

성수여고는 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선택하는 선 지망 학교입니다. 어떤 이유로 지원합니까?

아이들마다 경우가 다르겠지만 저희 아이 같은 경우는 언니가 성수여고를 나왔기 때문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게 저희 학교의 또 하나의 특징이에요. 언니가 성수여고에 진학하면 보통 동생들도 따라가요. 왜냐하면 언니가 학교생활에서 만족하는 모습을 직접 보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의 각별한 노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지난주에 학교를 방문했을 때 목격한 장면이 있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학생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걸어가는데 선생님이 학생을 보시고는 바로 쫓아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며 상담을 시작하시더라고요. 학생에 대한 배려가 아주 세심하지요. 선생님들끼리도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학생들의 개인적인 사정과 정보를 활발히 교환하고 있어요.

성수여고가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로 바뀐다고 들었습니다.

성수여고는 통합형 고등학교에요. 인문계와 특성화계가 섞여 있지요. 예전에는 인문계와 특성화계의 비율이 비슷했는데 학생들의 대학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재작년부터는 인문계반이 6개 특성화계반이 1개가 됐어요. 인터넷 비즈니스반 하나만 남게 된 것이지요. 그러다가 이제 특성화계는 완전히 사라지고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가 되게 된 것이지요.

그럼 이제 성수여고도 추첨제로 입학하게 됩니까?

네, 맞아요.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며 친교를 나누는 성수여자고등학교 학부모회.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며 친교를 나누는 성수여자고등학교 학부모회.

학교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은 ‘인문계’니 ‘추첨제’니 하는 것보다 지금처럼 학부모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록 추첨을 통해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아이들 역시 좋은 관계를 유지할 거예요. 오늘 우리가 이렇게 모이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우리학교를 지탱해주리라고 믿어요. 어머, 그런데 기자님 벌써 다 만드셨네요? 어디서 배우신 것 아니에요?

어느새 도예 수업은 끝이 나고 학부모회 임원은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평일 오전, 각자 바쁜 시간을 쪼개 다 같이 모여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만들고, 식사를 하는 학부모의 모습에서 아이들을 향한 그들의 속내를 느낄 수 있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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