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도시와는 다른 농촌만의 경제시스템 있다

춘천농살림학교는 지난 4월 16일부터 6월 18일까지 효자동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희망리본에서 농촌생활을 꿈꾸는 시민을 대상으로 ‘농촌활동가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춘천사람들》은 농촌에 관심이 있지만 참여하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강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편집자 주

정민철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대표)
정민철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대표)

농촌의 현실

예전에 비해 도시와 농촌간의 소득격차는 줄어들었을까, 커졌을까? 어떤 사람들은 농촌의 경제가 예전보다는 좋아졌으니 소득격차가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격차가 훨씬 더 벌어졌다. 1990년 농촌소득이 도시소득의 97.2% 수준이었는데 2015년에는 64.4%밖에 되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농촌소득은 총 소득을 말하는 것이지 농산물에서 얻은 소득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농산물을 통한 소득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 현재 순수한 농산물로 얻는 수익이 연 1천만원 이하 농가는 70%정도다. 5천만원 이상 수익을 올리는 농가는 7.8%밖에 되지 않는다. 축산농업의 경우 매출이 매우 높게 측정되지만 가축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엄청나게 높기 때문에 수익은 그리 크지 않다.

농촌의 경제시스템

그렇다면 농촌은 형편이 더 어려워 진 것일까? 꼭 그렇게 볼 수도 없다. 도시의 소득이 급속도로 높아져 소득격차가 벌어진 것이지 농촌이 나빠졌다고 단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단 소득격차가 벌어진 만큼 도시와 농촌의 경제 시스템도 그만큼 달라졌다. 이러한 점을 이해해야 한다. 많은 귀농인들이 도시의 경제시스템을 내면화한 채 농촌에 와서 열심히 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농촌만의 경제시스템을 감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일대 인류학과 교수인 제임스 스콧이 아시아 지역의 농민들의 독특한 경제시스템을 발견하고 《농민의 도덕 경제》라는 책을 썼다. 농민의 교환은 도시 자본주의 시스템과 달리 도덕이라는 독특한 경제적 요소가 개입한다. 예를 들어 토지를 매매할 때 가장 높은 값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파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이해관계에 맞물려 거래가 이루어진다. 농촌생활을 통해 이러한 시스템의 근본적인 이유를 몇 가지 발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농촌에는 유동인구가 없다는 점이다. 즉 도시는 낯선 사람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농촌에서는 거의 아는 사람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따라서 외상이 많고 가격이 제멋대로다. 제멋대로라는 것은 소비자가 판매자와의 심리적 거리에 많이 의존한다는 뜻이다. 또 심리적으로 거리감이 가깝다는 것은 지역공동체의 문화를 잘 받아들인다는 뜻이고 이는 도덕적 인간, 믿을 수 있는 인간, 공동체적 인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협동을 가르치는 유일한 학교, 농촌

많은 사람들이 ‘농촌은 농사짓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귀농인 대부분이 농사를 지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농촌을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바라본 시각이다. 한 대기업 회계사 출신 귀농인이 있었다. 농촌에 내려왔지만 농사일이 쉽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농촌에서 회계를 하게 됐다. 농촌에 얼마나 회계사가 필요한 일이 많은지 모른다. 우리 홍성에도 디자이너가 있고, 기타연주자가 있고, 전문강사가 있다. 모두 농촌에서 활동한다. 단, 아까 말했듯이 도시지역처럼 재화와 용역이 오가는 것은 아니다. 농촌의 회계사, 농촌의 디자이너, 농촌의 강사로 활동한다. 이러한 점을 이해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극장을 만들 생각도 하고 있다. 단 이 극장은 도시의 극장과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협동이다. 농촌의 삶은 모두 협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쟁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런 식의 협동이 어색할 것이다. 그러나 협동은 농촌에서는 반드시 필요하한 힘이며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정리 |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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