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가의 소소한 단상] 낭독과 낭송에서의 포즈
[시낭송가의 소소한 단상] 낭독과 낭송에서의 포즈
  • 김진규 (강원교육연구소 교육국장)
  • 승인 2019.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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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강원교육연구소 교육국장)
김진규 (강원교육연구소 교육국장)

낭독과 낭송에서 포즈(pause, 일시적인 멈춤)만 제대로 구현해도 그 수준이 확 달라진다. ‘낭독과 낭송의 70%는 포즈에서 이루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즈는 낭독과 낭송의 중심고리다. “휴지(休止)나 사이가 없다면, 즉 포즈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템포나 리듬의 변화도 없을 것이며, 억양과 어조의 생명력도 살아날 수 없다.”(김홍철). 이처럼 포즈는 낭독과 낭송에서 무척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확한 포즈는 자신과 청중에게 텍스트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나아가 텍스트의 화자 심리를 청자에게 정확하게 전할 수도 있다. “포즈의 위치만 바꿔도 얼마든지 다양한 정신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스타니슬랍스키). 논리적 포즈가 단어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주고, 그 묶인 그룹은 다른 그룹과 분리되는 기능을 지니기 때문이다.

말을 할 때에는 모국어 본능이 작동돼 포즈의 오류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포즈의 오류는 주로 텍스트를 읽을 때 자주 발생한다. 쓰기에서 띄어쓰기는, ‘문법’에 따라 띄어쓰기의 원칙대로 쓰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읽기에서 띄어 읽기는, ‘어법’에 따라 띄어읽기의 원칙대로 띄어 읽으면 된다. 문법과 어법이 다르기 때문에 읽을 때는 어법에 따라 읽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텍스트를 읽을 때 흔히 띄어쓰기(문법)대로 띄어 읽는 오류를 범한다. 쓰기에 따른 문법대로 띄어 읽는 바람에 대부분 어색한 읽기가 돼버린다. 치명적 오류가 일반화된 상황이다. 

낭독과 낭송은 자연스러움이 가장 큰 미덕이다. 말하듯, 노래하듯 읽는 수준이 최고의 낭송 수준이다. 고대 그리스인은 시를 가리켜 ‘ta mele’로 불렀다. 이는 ‘노래로 불리기 위한 시’라는 뜻이다. 시인 에드워드 히르시는 “시는 언제나 말과 노래 사이를 거닐어왔다”고 했다. 포즈의 기본을 익혀 텍스트를 말하듯, 구술담화형식으로 구현한다면 낭독과 낭송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히르시의 말마따나 ‘말과 노래 사이를 거니는’ 수준까지 갈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포즈에서 흔히 범하는 오류는 다섯 가지쯤 된다. 첫째, 관형사에 명사가 이어진 문장에선 붙여 읽어야 하는데도, 띄어 읽는 오류다. 그런데 만일 관형사와 명사 사이에 ‘수식어’가 들어간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런 땐 관형사에서 띄어 읽어야 한다. 둘째, 선택의 의미가 없는 관형사는 띄어 읽어야 하는데, 붙여 읽는 오류도 흔히 나타난다. 셋째, 소유 관계에서 내게 속한 표현은 붙여 읽어야 하는데, 띄어 읽는 오류. 넷째, ‘속성의 의미가 있는 경우’에는 띄어 읽어야 하는데, 붙여 읽는 오류. 다섯째, 관심의 중심에 따라 관심사가 앞에 있는 경우 붙여 읽고, 관심의 초점이 뒷 문장에 있을 경우엔 띄어 읽어야 하지만, 이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오류다.

한편 한국어에서 지켜야 할 포즈의 기본은 대체로 일곱 가지다. 1) ‘주격 조사’에서, 2) ‘연결어미’에서, 3) ‘문장부호’에서, 4) ‘독립언(감탄사·제시어·부름말)’에서, 5) ‘부사·부사절’에서, 6) ‘육하원칙’에서, 7) ‘강조하는 문장’ 앞에서 띄어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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