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춘천시장이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에서 시장직 유지가 가능한 9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아직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고 이에 대한 판결이 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춘천시가 겪을 여러 혼란을 피할 수 있는 판결이라는 의미에서 일단 환영할만하다.

검찰과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김진태 의원 재판 등 최근 공직선거법과 관련된 몇 건의 재판 결과를 볼 때, 긍정적인 전망이 가능한 일이 아닐까 점쳐지기도 한다. 특히 2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적시한 내용이 그런 전망을 더욱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재판부의 판시 내용은 이렇다. “호별방문 금지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에 비추어볼 때, 가벌성이 비교적 크지 않다. 춘천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이런 이유로 2018. 4. 3. 피고인의 호별방문 행위에 대하여 경고 조치로 종결 처리하고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50.1%의 득표율(K 후보 38.8%, J 후보 11.3%)로 춘천시장에 당선되었는 바, 이 사건 범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개성이 강해 호별방문으로 보기 어려운 주민센터 방문과 달리 “일반적·통상적으로 민원인을 위하여 개방된 공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시청 각 과 사무실 방문은 유죄이긴 하나 시장직 박탈에 해당할 만큼 범죄가 무겁지 않다는 내용이다. 선거 토론 방송에서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느냐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대해 부정하는 내용으로 대답한 사실도 선거관리위원회의 종결처리를 감안할 때 허위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 결과가 다행스러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은 그간 재판을 지켜보면서 다소 어수선했던 춘천시 행정부서의 분위기를 다잡는데 힘을 쏟아야 하겠다. 멀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가까이는 지방자치 실행 이후 처음으로 성격이 다른 정권이 창출된 데서 오는 혼란상에 더해 재판까지 겹쳐 이 시장 취임 이후의 춘천시정은 일사불란과는 거리가 멀었다. 만에 하나 대법원의 결과가 나쁘게 나온다 할지라도 분위기를 쇄신하는 작업을 미뤄둘 일이 아닌 상황이다.

시정 혁신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세심함이다. 이 시장 취임 이후 지금까지 시민이 참여하는 준비위원회 등을 통해 공약 이행과 관련한 뼈대는 어느 정도 갖추었기 때문에 이제는 이들 큰 틀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굳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격언을 들지 않더라도 일의 실패는 큰 틀이 아니라 세세한 부분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세세한 일을 소상하게 잘 살펴 일의 성패를 결정짓는 역할은 일선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 시장이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자 한다면 이제부터 이들 공무원의 소상함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의 보고만이 아니라 시정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언론매체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난 4일부터 열린 의회·행정 박람회장의 초라함이나 지난달 10~11일에 열린 ‘행복주권 정책박람회’에 대해 시민주권위원회 위원이 내린 ‘의도는 좋으나 용역업체의 역량만 키울 일’이라는 평가 등 되짚어보아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는 일도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된 일이다. 이 시장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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