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림 (강원도교육연구원 파견교사)
원유림 (강원도교육연구원 파견교사)

우리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아마 학교일 것이다. 요즘 학부모 공개 수업 등으로 학교를 가보면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변하지 않는 곳 또한 학교이다. 《학교의 품격》을 쓴 임정훈 씨가 우리나라 학교 건축의 특징을 요약해 ‘신민 건축과 병영 건축의 결합’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공간은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나아가 무의식까지 비틀어버리는 힘을 휘두른다’고 했으니 공간의 힘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민주시민 교육의 장으로써 학교는 가장 민주적인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인데도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기만 하다.

교육부에서도 정책적으로 학교 공간 혁신을 주요 사업으로 인식하고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지금 학교에서는 친환경 상상놀이터, 학교 도서관 감성디자인 프로젝트, 공간수업 프로젝트, 예술교육 공간 혁신, 미래형 혁신학교 등 학교 공간을 바꾸고자하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예전처럼 교장선생님과 몇몇 사람들의 생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소통하는 수업 활동을 통해 학교 공간에 배움과 삶, 마음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수업 안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공간을 상상해 구체물로 만들어 보고, 건축가와 만나 상상이 실현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상상하고 참여해서 만들어낸 학교 공간, 절로 애교심이 뿜어져 나올 것 같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들만의 아지트, 숨을 수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 작은 다락방이 있는 도서관, 폭신폭신한 의자가 있는 교실에서 몸이 늘어지도록 쉬는 걸 좋아한다. 저학년 아이들이라면 유치원 교실처럼 따끈따끈한 바닥에서 뒹굴뒹굴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학교 구석구석의 틈새 공간을 이용해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쉼터를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아이들도 있다.

부대 연병장이 떠오르는 운동장은 6학년 형들이 축구를 하다 보면 저학년 동생들은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런 운동장이 풋살장, 농구장, 학교 실습 텃밭, 놀이터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조회대는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바뀐다. 주로 어른들만 드나들던 중앙 현관 역시 아이들의 만남과 소통의 공간으로 변한다. 차라리 학교 운동장을 나무로 가득 심어 놓고 모험 숲 놀이터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학교 공간 혁신을 상상하며 무엇보다 우리 어른들의 생각도 함께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안전도 중요하지만 놀이터 디자이너이자 놀이 운동가인 편해문 씨는 《위험이 아이를 키운다》라는 책에서 ‘아이들은 위험할수록 매혹을 느끼고 놀면서 자기도 모르게 위험을 피하고 예감하고 도전하며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위험의 ‘o’자 곁에도 못 가게 하니 아이들은 위험이 닥치면 스스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아파트 놀이터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이건 아이들을 탓할 일이 아니다. 정형화된 놀이기구는 한두 번 놀다 보면 재미없는 것이 당연하다. 아슬아슬함도 없고 매력도 없기 때문이다. 

학교 구성원들의 배움과 삶, 마음이 담긴 학교 공간, 모험과 스릴이 있는 놀이터에서 다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어려움은 스스로 겪어봐야 아는 법.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은 한 뼘 더 커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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