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view] “이제 다문화가정은 그들이 아니고 우리입니다”
[人터view] “이제 다문화가정은 그들이 아니고 우리입니다”
  • 이경애 시민기자
  • 승인 2019.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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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보드레 다문화 어린이합창단’ 단장 김은자

평소에 다문화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합창을 시작한 것은 2011년, 다문화 센터의 ‘레인보우 칸타빌레’ 다문화 여성합창단에서였다. 중국, 베트남, 스리랑카, 네팔, 몽골 등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가진 여성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체감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그들이 많은 상처와 아픔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친해지면서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아픔을 나누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눈에 띄게 밝아지고 있었다.

“저는 아리랑이 그렇게 감동적이고 슬픈 노래인 줄 그때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한글도 모르는 친구들이 가사를 다 외우고 음악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악보를 보지도 못하는데도 정확히 음을 다 외워오는 모습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달보드레 다문화 어린이합창단’ 김은자 단장
‘달보드레 다문화 어린이합창단’ 김은자 단장

첫 공연을 앞두고는 단복을 준비할 여력도 없었다. 그때 김 단장은 지인들께 드레스 펀딩을 부탁해 30벌의 드레스를 마련해 공연을 했다고 했다.

“제가 능력이 없어서 남편과 지인께 손을 자주 벌려요. 늘 감사하고 죄송하지요.” 

그렇게 함께 노래 부르면서 행복해 하던 그들이 임신과 출산, 그리고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 때문에 하나, 둘 합창단을 그만두는 일이 잦아지고 가끔 연락이 닿는 친구들의 우울감과 상실감을 함께 고민하던 그는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합창단 활동을 했던 엄마들의 아이들과 친구들이 알음알이로 들어오고 아이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SNS로 올리면 그걸 보고 찾아오고, 그렇게 25명 정도 모아 제법 모양을 갖추게 됐다.

2016년 3월에 활동을 시작해서 그해 12월 창단연주회를 하고 2017년 12월 제2회 정기연주회, 2018년 12월 제3회 정기연주회를 무사히 마쳤고 드디어 올해 3월, 자작나무 아트홀을 마련하게 되어 매주 새로운 노래와 악기 연습을 하면서 즐겁게 배워가고 있다. 

마땅히 연습할 공간이 없어 여기저기 잠깐씩 빌려 쓰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그가 자작나무 아트홀을 마련하게 된 계기에는 그의 개인적인 아픔이 있다. 지난 2월 돌아가신 친정아버지의 유산 일부를 허락도 없이 써서 죄송하다는 그는 잠깐 말을 잇지 못하고 슬픔을 누르고 있었다. 워낙 후원은 바랄 수도 없는 현실이어서 부족한 대로 지하에 마련한 연습실이지만 아이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하다는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도 분명 웃으며 지켜보실 거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후원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여러 행사에 다녀야 하지만 현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고 그런 행사 현장에 사진 찍기 위해 찾아오는 몇몇 정치인들이나 그와 비슷한 여러 가지 일들을 보면서 마치 아이들을 동원하는 것 같아 그런 행사 참석이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쉬울 때마다 남편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그저 미안하다고 했다. 쑥쓰럽다고 이름을 밝히길 꺼려하는 비뇨기과 전문의인 부군께 고맙다는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을 정도였다(참 멋진 부부가 아닌가!). 그렇게 어렵사리 마련한 공간, 연습을 매일 하는 것도 아니어서 공간은 비어 있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개인이나 단체에 대여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된다면 힘든 재정이 조금 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프랑스에서는 ‘합창이 사람을 만든다’는 교육 가치로 초, 중, 고에서 합창을 정규과정으로 만들었고 특히 초등학생은 주 2시간 의무적으로 합창 교육을 받고 합창 교육 예산으로 257억원을 편성해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함께 느끼고 함께 행복해지는 일일 것이다. 김 단장처럼 알게 모르게 노력하는 이들이 있으므로 우리도 함께 노래하고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달보드레 합창단에는 언어치료, 심리치료와 정신상담을 받고 있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그런 친구들이 합창을 하면서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학교에서도 자신감이 향상되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함께 노래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배려심, 자신감, 사회성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변화 속에서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연습하는 날은 가족을 동반하게 한다. 그 엄마들 또한 낯선 나라에서의 소외감과 우울함을 노래로 함께 이겨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그들을 우리와 함께 하는 이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할머니가 손주가 합창 공연을 한다는 말을 듣고 왔다가 함께 노래하는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단지 그 이유만으로 손주를 무대에서 끌고 내려왔다는 이야기는 참 아프고 서글펐다. 

2018년 통계로 우리나라에는 28만 다문화가정에 102만 명의 다문화 가족이 있다. 이런 변화의 추이로 예상하면 2040년에는 우리 사회의 20%가 다문화가정이 된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가장은 건강, 학력, 나이, 직업, 재산, 가족 배경, 사회성 등이 전체 가정 대비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 문제는 나아가 배우자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고 가정과 지역사회 국가적인 문제로도 확대될 수 있습니다. ‘다문화’는 말 그대로 다양한 문화적인 배경을 뜻합니다. 그런 다양한 문화적, 언어적 배경을 잘 활용해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더욱 밝아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다문화 합창단을 잘 운영해서 합창단은 물론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 변화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그는 얼마 전 합창단의 3학년 친구가 김 단장의 딸(초4)이랑 하는 얘기를 들으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언니, 언니 엄마는 어느 나라에서 왔어?”하고 묻는 친구에게 딸이 한국이라고 대답하자 그 친구가 다시 “근데 언니는 왜 다문화 합창단에서 노래해?”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 대한 딸아이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너희 모두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외갓집은 다 다른 나라에 있잖아? 그런 문화들을 다 함께 누리는 게 다문화야.

어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함께 손잡고 걷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나 쉬운 일만도 아닐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단단한 아집과 편견이 존재하고 ‘우리’라는 틀을 이기적으로 남용하면서 ‘다름’을 ‘틀림’이라고 읽는 비뚤어진 의식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함께 느끼고 함께 행복해지는 일일 것이다. 사진=김은자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함께 느끼고 함께 행복해지는 일일 것이다. 사진=김은자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는 다문화라는 용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각과 수용력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저의 작은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시어머니와 함께 밭에서 직접 키웠다는 산딸기 한 팩을 챙겨주는 그에게 연습 공간 대여와 관련해 열심히 광고를 해보겠노라는 약속을 하고 돌아섰다.

우리 모두가 다 같은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그 말을 이해할 수는 있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이경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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