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아침에 등교하면 바로 알아서 놀게 만들어요"
놀이를 통해 몸과 마음을 깨우는 ‘놀이특성화 학교’
엄격함은 체벌과 달라, 아이에게 신뢰를 쌓는 일

안녕하십니까? 《춘천사람들》은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과 춘천 지역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학부모회장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우석초등학교를 소개하게 됐습니다. 먼저 우석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석초는 자랑할 것이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일단 우석초의 근황을 말씀드릴게요. 과거 우석초는 1천 명이 넘는 아이들이 다니던 비교적 덩치가 큰 학교였지만 시 외곽지역에 새로운 아파트들이 많이 생기면서 거의 절반 수준인 500여 명으로 줄어들었어요. 1천여 명이 사용하던 공간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정말 많아요. 지금 있는 이 공간도 아이들이 아무 때나 들어와 쉬고 놀 수 있는 사랑방으로 꾸며졌고요. 저는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사랑방 선생님으로 불려요.

이윤희 학부모회장이 수업이 끝난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윤희 학부모회장이 수업이 끝난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랑방 선생님이라는 말이 좀 생소합니다. 자세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는 학교에 매일 출근을 하고 있어요. 무료 봉사의 차원이지요. 하던 일은 잠시 쉬고 사랑방을 지키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1년간 봉사를 결심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시작할 때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와서 일하면서 엄청 보람을 느끼고 있지요.

1년간 매일 봉사하신다니 놀랍습니다. 여기에서 어떤 일을 하십니까?

원래 하던 일이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일이었어요. 여기에서도 사랑방에 놀러 오는 아이들과 미술 활동을 하기도 하고 그냥 같이 놀기도 해요. 하지만 이것은 제 역할의 일부분에 불과해요. 교사, 학부모, 학생 사이에서 가교 내지는 윤활유 역할도 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들과 날마다 얼굴을 마주하면서 고충을 확인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어머니로서 또 학부모회장으로서 학부모의 필요를 전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유대를 쌓으며 아이들의 요구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듣고 보니 정말 필요한 역할인 것 같습니다. 정책으로 도입해야 할 필요까지 느껴집니다. 조금 다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교내 규칙이 엄격하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교장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나 안전에도 매우 엄격한 편이지요. 아이들에게 엄격하다고 하면 체벌을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건 아니에요. 다만 안 되는 것은 안 된다는 원칙을 보여주시는 거지요. 고학년이 되면 슬슬 이유 없이 반항하는 아이들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누구나 예외 없이 지켜야 할 규칙은 엄격히 따른답니다. 아무런 원칙이나 규칙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은 오히려 불안감을 느껴요. 긍정적인 엄격함은 아이들에게 신뢰를 주고 보호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지요. 이런 점에서는 보안관 선생님도 마찬가지예요. 주변에 외부인이 서성거리거나 아이들이 학교 앞 거리를 배회할 때면 가장 앞장서서 엄격하게 통제합니다. 관심과 애정을 쏟으시는 게 눈에 보여요. (인터뷰를 마치고 학교를 나오는 길에 2학년쯤 되 보이는 여자아이가 교문 앞에서 울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보안관 선생님이 바로 달려와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고는 “괜찮아. 왜 우니? 괜찮으니까 울지 말고 말해봐”라며 울음을 그칠 때까지 달래고 있었다.)

우석초는 수영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수영 명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아마도 주변 환경이 뒷받침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호반체육관도 가까이에 있고, 감독님이나 코치님과의 관계에도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통적으로 수영을 좋아하는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또 수영을 좋아하는 후배들이 계속해서 생긴다고 봐야겠지요.

수영 외에도 자랑거리가 될 만한 학교 활동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많이 있지만 놀이 특성화 학교라는 점을 우선 알리고 싶어요. 놀이 특성화 학교라고 하면 보통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 학교는 아이들이 스스로 노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몸과 마음을 깨우는 방식을 취해요. 어떤 학교는 아침에 학교에 오면 독서를 통해 머리를 깨운다고 하잖아요? 저희는 그렇지 않아요. 아침에 오면 바로 알아서 놀게 만들어요. 그래서 덜 깬 잠도 깨고, 굳었던 몸도 풀고, 마음마저 상쾌하게 만들지요. 그게 우리들의 놀이 방식입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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