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에서 돈 벌어 춘천에서 생활…교통비만 수십만 원
시의 재정적 측면에서는 ‘알짜배기’ 소비자이자 납세자

전철과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생기는 등 교통이 발달함에 따라 서울·경기 지역을 비롯한 장거리 통근 노동자들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들은 타 지역에서 벌어들인 임금을 대부분 춘천에서 사용하며 춘천시에 세금을 낸다. 시의 재정적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알짜배기’ 소비자이자 납세자에 속한다. 그러나 절대적인 수치가 크지 않아서인지 정작 통근 노동자의 고충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춘천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통근하는 노동자를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인의 통근시간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2017년에 발표된 한 석사학위 논문(유경빈, 《통근시간이 사회자본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1995년 한국의 평균 편도 통근시간은 1995년 29.6분에서 2005년 33분으로 늘어났고, 2014년에는 58분으로 증가했다. 왕복 시간을 합산하면 한국인들은 하루의 2시간가량을 통근에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더 주목할 만한 변화는 장시간 통근자의 비율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95년 통근시간이 1시간 이상인 비율은 9.5%에서 2010년 15.6%로 증가했다. OECD 평균보다 30분 정도 더 길다.

통근시간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정부는 통근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거리 통행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장거리 통근통행 발생의 이유 중 하나는 지역별 취업기회의 불균형이다. 2010년 통계청 조사에서 수도권의 총 사업체 중 46.25%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취업기회의 편중은 서울 주변 도시에서 서울로, 서울 외곽 지역에서 중심 지역으로 통근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도시화와 함께 위성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인의 통근시간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춘천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나 장거리 통근자에 대한 춘천시나 강원도의 관심은 매우 낮은 편이다. 사진은 장거리 통근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경춘 전철.
대도시화와 함께 위성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인의 통근시간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춘천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장거리 통근자에 대한 춘천시나 강원도의 관심은 낮은 편이다. 사진은 장거리 통근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경춘 전철.

통근자들은 춘천의 통근환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장거리 통근 이유 중 하나는 ‘지역별 취업기회의 불균형’

통근시간, 삶의 질 결정하는 중요 지표…한국인 2시간, OECD 평균보다 30분 더 길어 

춘천시와 강원도,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국토교통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서울시 강남구로 통근하는 세무사 A씨

주로 ITX나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서울이 직장이지만 춘천에 쌓인 인맥이 많고 처가도 있어 춘천에 거주하고 있다. ITX의 경우 정기권 할인 해택이 있다. 그러나 시에서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강남에 회사가 있다. 그런데 배차시간은 강남권 출퇴근자게 매우 불편하게 짜여있다. 특히 강남까지 출근하려면 6시 40분 정도의 열차가 필요한데 정작 열차 시간표는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다. 어쩔 수 없이 30분 정도 일찍 출발한다.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좀 더 촘촘한 시간표가 필요하다. 또 시외버스의 경우 할인해택이 없다. 다행히 올해 국토교통부에서 시외버스에 정기·정액권에 20~30%가량 할인을 시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중앙정부의 정책과는 별개로 시정부에서도 지원을 해 주면 좋겠다. 매달 열차와 시외버스 교통비만 몇 십만원이 나간다.

서울시 종로구로 통근하는 설계사 B씨

춘천에서도 외곽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가용을 타고 춘천역까지 가서 ITX를 이용한다. 전원주택에 살고 싶어서 춘천에 터를 잡고 통근하고 있다. 서울로 출퇴근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열차나 버스를 오래 타는 것이 힘들겠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집에서 춘천역까지 가는 것이 더 불편하다. 시내 교통망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역이나 터미널까지 접근성이 좋지 않아 할 수 없이 자가용을 가지고 춘천역에 세워 둘 수밖에 없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차량을 두 대 보유하고 있다. 한 대는 순전히 집에서 춘천역까지 출퇴근용인 셈이다. 다행히 춘천역 앞에 무료 주차장이 있지만 시설이 매우 낙후되어 있다. 저녁에 너무 깜깜해서 위험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비슷한 문제이지만 사정상 출근은 열차로 퇴근은 버스로 하는 경우도 있다. 터미널에서 춘천역까지 가는 길도 불편하다. 이럴 경우 거의 택시를 타게 된다. ITX 정기권의 경우 할인이 되는 점은 좋지만 좌석지정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통근자들에게 우선예약 혜택이 있었으면 좋겠다.

경기도 남양주시로 통근하는 인테리어 업자 C씨

개인적으로 맡은 업무의 특성상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를 많이 돌아다닌다. 무엇보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많은 부담이 된다. 하루 이틀 다니는 것도 아니고 매일 다니면 적은 비용이 아니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국도를 최대한 이용하다가 고속도로를 타는 경우도 많다. 재직증명서 등의 서류를 제출할 시 출퇴근만큼이라도 통행료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분명히 다른 지자체에서도 좋은 사례를 벤치마킹하리라고 생각한다. 도심지역 외에 통근버스가 확대 됐으면 좋겠다. 사업을 하면서 저녁에 술자리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대리운전 아니면 답이 없다. 택시를 타고 오면 다음 날 출근이 막막하다. 사실 요즘 직장 근처로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 시에서 왜 개인이 출퇴근 하는 것까지 신경을 써야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출퇴근이 가능해지면 인구유출이 줄어들 것이다. 춘천에 터를 잡았다가 직장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 경춘선이 새로 생기고 춘천으로 통학하는 대학생들이 부쩍 늘지 않았나.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춘천시와 강원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다룰 만한 내용이 아니라 국토교통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지원은 없다”라고 답했다. 국토교통부 대중교통과에서는 “시외버스 정기·정액 할인 혜택을 올해 안으로 선보일 예정이지만 모든 노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노선만 시범적으로 시작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춘천시는 경제활동인구를 늘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내 대학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춘천시로 전입신고를 하면 장학금 혜택을 주는 전입 장려금 제도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통계상의 인구를 늘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구심 섞인 눈초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타 지역으로 전출을 고려하는 통근 노동자에게 매력적인 지원이 있다면 보다 효과적인 인구증가 정책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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