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사람들》이 올해부터 춘천시, 춘천시민과 함께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시작하려 한다. 이름을 통해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한 도시에서 한 권의 책을 읽는 운동이다. 얼마 만에 한 권을 읽는가 하는 궁금증이 바로 들 수 있겠다. 설마 1년 동안 한 권을 읽지는 않겠지 하고 추측했다면 틀렸다. 1년 동안 한 권을 한 도시가 읽는 것이 맞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이 운동은 책을 많이 읽자고 하는 데 목표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다독과는 반대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정독에도 목표를 두지 않는다. ‘사회적’ 독서가 목표다. 함께 읽고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자는 취지다. 함께 모여 소리 내어 돌아가며 읽어보다가 언제든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나눠도 좋다. 책을 모두 다 읽고 어느 날 모여 누군가는 발제하고 누군가는 지정토론하는 방식의 격식을 차린 생각의 공유도 좋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간에 ‘함께’ 한 권의 책을 읽어보자는 이야기다. 왜? 책이 하나이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져서다.

많은 사람이 하나의 책을 읽으면, 좀 더 나아가 ‘만약 한 도시 전체가 같이 하나의 책을 읽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런 질문을 하면서 태어난 운동이 바로 ‘한 도시 한 책 읽기’다. 1998년 미국의 시애틀에서 한 공공도서관의 사서인 낸시 펄이라는 사람이 던진 질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게 되면 세대, 계층. 인종 등 인간을 가르는 모든 구분을 넘어서 토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질문의 토대였다. 막연한 생각이었긴 했지만 운동은 실현되었고 기대는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 다른 주에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급기야 미국 전역으로 운동이 확산되었다. 실제로 인종적 다양성이 높은 시카고가 한 책을 통해 도시를 하나로 묶어내는 효과를 거둬 최대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2003년 서산에서 처음으로 이 운동을 도입했다. 한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느낌표’)을 통해 순천이 유치 신청을 한 어린이 도서관(‘기적의 도서관’)을 지어주는 운동이 전개되던 시기였다. 독서운동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고조되는 바람을 타고 빠르지는 않았지만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은 전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전국 지자체의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있기는 하지만 웬만한 대도시에서는 다 시행이 되고 있다. 대도시의 기초자지단체인 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모습의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2004년에 이 운동을 시작한 원주가 선두주자다. 10년 세월이 훌쩍 넘은 지금 원주에서는 한 책 읽기가 많은 원주시민들에게 인지와 공유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춘천은 지난 11일 선포식을 열고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지역신문이 더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법정기구인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기본적인 금전 지원을 했다. 운동을 먼저 시작한 다른 도시들이 한 결 같이 내세우고 있는 ‘독서토론 기반의 협력형 공동체’를 만드는 데 목표를 두었다. 춘천에서 그동안 독서와 토론 교육에 관심을 가져온 춘천교육지원청 등 다양한 공공기관과 시민사회단체가 사업에 함께 하겠다고 이름을 올렸다. 같은 책을 읽었다는 동질감 아래 보다 많은 춘천시민들이 가슴을 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여들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