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춘천시는 지역주민의 악취 관련 민원, 이전을 통한 악취관리와 시 발전에 대비한 하수처리능력 확보, 이전 후 의암호 수변공간인 원부지를 개발하겠다는 등의 이유로 근화동 하수종말처리장 이전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에는 3천억원이 소요되고, 국비확보를 할 수 없어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춘천시민이 장기간 갚아야 할 빚이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큰 규모의 사업이라면 시민의 동의가 필수이지만, 춘천시는 이전을 기정사실로 하고 발표부터 해버렸다. ‘시민이 주인이다’라는 시정구호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지난 6월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이는 이전을 전제로 누가 사업자가 될 것인지를 따진 것이지, 이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질문은 아니었다. 시의회가 이 사업을 검증하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사업은 시의 주장과는 다르게 따져봐야 할 점이 많다. 우선 현재 하수처리 용량이 부족한지, 혹은 앞으로 부족해질 것인지, 용량이 부족하다면 현 위치에서의 증설은 가능한지, 증설과 이전의 비용 차이는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 악취 관련 민원이 계속되어 왔다는데 얼마나 많은 민원이 들어왔는지도 알려진바 없으며, 지점별, 시간대별, 계절별 측정 데이터도 내놓은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춘천시는 현 시설에 수백억 원을 투입해 증설사업과 악취저감사업을 해왔다. 그간의 노력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두 번째는 하수처리 비용의 문제다. 현재 하수종말처리장 운영비와 향후 3천억원의 민간투자를 받아 이전하게 되었을 때 들어가는 운영비의 비교 데이터도 없다. 그간의 경험에서 민자 사업으로 건설된 시설을 이용할 때 터무니없이 비싼 비용을 치러왔음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세 번째는 하수처리 같은 공공부문을 민간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문제다. 춘천시환경사업소 민간위탁 문제가 있었던 것이 불과 1년여 전이다. 당시 방만한 운영과 규정  위반은 물론이고 열악한 노동자 처우까지 여러 문제가 겹쳐지면서 한겨울에도 시청 앞에서는 연일 노동자들의 항의 집회가 이어졌다. 취임 초 이 문제로 고심한 당사자가 바로 이재수 춘천시장 본인이다. 그런데 하수처리 같은 공공부문을 또다시 민간에 넘기겠다고 나서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네 번째는 신규이전 대상 지역 주민과의 갈등 문제다. 필요성이 충분하더라도 이전 대상지 주민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하물며 타당성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지역사회의 갈등과 불만을 잘 조정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며, 여기서 발생하는 사회적 피로와 비용의 문제는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다섯 번째는 이전 후 원부지 활용 방안의 문제다. 호텔을 중심으로 하는 향토음식, 푸드트럭 구역으로 개발하겠다고 하는데, 만약 이전하게 된다면 원부지는 도심에서 의암호로 접근하는 길목이 된다. 춘천시민의 소중한 수변공간을 민간사업자의 수익 창출 공간으로 내주는 방식의 개발이 바람직한가는 분명 따져봐야 할 문제다. 

이전에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해 앞으로 춘천시민이 감당해야 할 여러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이토록 급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간 우리는 단체장의 무리한 사업 추진이 지역사회에 오랜 시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례를 지겹도록 봐 왔다. 그 실패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되물어 볼 수 있어야 한다. “춘천시 하수종말처리장 이전, 정말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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