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공유가치창출디자인연구소장)
김윤정 (공유가치창출디자인연구소장)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라는 스웨덴 소녀의 따끔한 목소리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 이름만 들어도 맘이 편치 않은 어른이 되어버린다. 노벨평화상 후보가 되면서 화제를 낳았던 16세의 환경운동가는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ForFuture)’이라는 해시태그로 잘 알려진 기후변화 시위는 이미 100여 개 이상의 나라에서 수천 명의 학생들이 기후변화행동 네트워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행동에 동참하는 청소년들은 일상에서의 쓰레기 문제부터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 촉구에 이르기까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을 똑바로 보고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소년 시민’을 주제로 만난 이번 민들레에는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빅 웨이브’와 ‘청소년 기후 소송단’이라는 단체 이야기다. ‘빅 웨이브’는 다양한 환경 문제 프로젝트와 기후변화 정책 스터디, 환경 이슈 관련 지역을 직접 보고 배우는 여행 프로젝트 등을 기존 시민단체보다 훨씬 유연하게 기획해서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 기후소송단’은 국가를 상대로 기후변화소송을 준비 중이다. 집회 등을 통해 정치계, 시민사회, 교육 기관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시민들의 지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미 스웨덴, 미국, 호주, 필리핀 등 15곳 이상의 국가에서 기후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이들의 활동이 그저 한번 해보는 청소년들의 에너지 분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청소년 기후 소송단, 성인 지원단, 청년 지원단, 그리고 변호인단이 협력해 학습과 캠프를 진행하고, 소송 공부를 통해 공론화 작업을 하고 있다. 올 연말엔 모의재판을 열고 내년 상반기엔 본격적인 소송을 시작할 예정이라니 이들에겐 ‘기후변화’라는 말이 그저 공유하는 단어가 아닌 성장하는 길의 이정표가 된 셈이다.

다시 돌아본다. 어른이라는 그 흔한 말의 어려운 역할에 대해서. 한참 자라는 세대라서 아직 덜 성숙했다는 판단이나, 경험이 없어 세상을 잘 모른다는 가벼운 시선들, 혹은 그저 온실 속 화초처럼 애지중지 감싸야 할 대상 등으로 청소년들을 치부해버린 것은 아닌지 소위 어른이라는 사람들의 솔직한 고백이 필요해 보인다. 

‘빅 웨이브’ 활동을 하는 친구는 부모님 세대의 투쟁적 시민운동과 달리 게임하듯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추세를 이야기하며 집회는 함께 즐기는 퍼포먼스이자 힘을 느끼는 광장이라고 표현했다. 기후변화 소송을 준비하는 친구는 ‘어떻게 어른다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하게 되는 실천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저 시간이 흘러서 되는 어른이 아닌 후배나 자식들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단다. 부끄럽지만 감사했다. 이미 어른이 된 다음 세대를 만난 느낌이라서. 

우리는 수많은 문제를 보고, 겪고 살아간다. 개인의 문제라 생각하지만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도 많고, ‘나는 아니다’ 라고 생각하지만 공동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 다르게 보이는 문제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함께할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이고, ‘나’를 포함한 ‘함께’가 가능할 때 결국은 개인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난제 앞에서 우린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 미래를 결정하는 오늘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부끄럽지만, 시민이 된 청소년들에게 ‘어른’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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