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협동조합 무하’ 대표 장혁우

연극 수업료는 없다. 열정을 가지고 ‘무하’의 문을 두드린다면 함께 꿈을 이룰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스승으로 또는 형으로, 방황하는 아이들에게는 울타리이기도 했던 장혁우 대표. 그가 청소년들을 위한 극단을 차린 것은 가진 것 없이 연극을 하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과 지금 아이들이 많이 닮아서다. 연극무대에서 내려와 아이들을 위한 연극 기획과 교육의 길을 걸어온 지 7년째. 연극배우로서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이 없을 리 없겠지만 아이들을 위해 열려있는 ‘무하’의 안정된 운영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그의 연극사랑은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강원고 내의 연극동아리 연극부 ‘파란자전거’에서 연극에 빠져들었지만 당시 70만원가량 하는 연극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연극영화과로 향한 마음을 접고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마음은 연극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연극을 할 것이고 그 꿈을 위한 날개를 잠시 접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에서 “너는 무대에 있을 줄 알았어, 돈이 없어 안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돈이 없어서 연극을 못한 적이 있어?”라는 친구의 말에 방황의 자리를 털고 연극 무대로 복귀했다. 돈이 없어서 힘든 점은 많아도, 돈이 없어서 연극을 못하진 않는다는 말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장혁우 대표
장혁우 대표

그길로 춘천의 대표 극단 ‘도모’를 찾았다. 그의 나이 28세였다. 극단에선 월급을 챙겨 줄 수 없는 상황을 설명했고 “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그는 당당하게 장담했다. 이후 적지만 꾸준히 급여를 받아왔다. 

밥은 친구가 샀다. “연극하면 배고픈 거 알지?”라는 말로 입을 열던 친구에게 같은 얘기, 같은 충고를 수없이 들었다고 말하던 찰나 “배고플 때 연락해. 내가 밥 사줄게”라고 말하던 친구. 항상 먼저 연락해오며 밥을 사주던 그 친구는 그를 이곳에 서게 만들었고 그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본인이 무대에 서는 것보다 청소년교육과 기획에 몰입하게 된 것은 자신을 닮은 아이들의 모습에 있었다. 

"도모에서 연극을 할 때 극단을 기웃거리는 청소년들을 많이 봤어요. 그들은 연극을 하고 싶지만 학원비는 비싸고 어찌할 줄 몰라 무작정 그곳을 찾아왔다고 했어요. 저의 청소년기 모습과 무척 닮아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그들과 같은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청소년 무료 연극교육 단체를 만들겠노라 다짐했어요. 그렇게 ‘무하’를 만들고 첫 아이들을 받은 날이 2012년 10월 14일입니다. 3년 전 똑같은 날 도모에 첫발을 디뎠기에 우연의 일치와도 같은 이 날을 잊을 수가 없네요."

극단은 성장해 갔다. 주위에서 돕겠노라며 재능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국무용, 아카펠라, 퍼포먼스, 영상 등 여섯 팀에 식구들이 80명이나 됐다. 

일은 많았지만 청소년 팀이라 공연비를 많이 받지 못했고 경비는 늘어갔다. 수익을 위한 성년 극단을 만들어 2016년 ‘달꽃만발’로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베스트연극상을, ‘할머니는 믿지마세요’로 2017년 강원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성인 극단은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었지만 돌아보니 아이들 설자리가 좁아져 있었다. 성인극 단원들 사이에서도 청소년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 다른 길을 택해야 했다. 결국 성인 극단은 ‘이륙’이란 이름으로 독립했고 그는 애초 기획한 청소년 중심 연극교육에 좀 더 집중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기뻐서 눈물이 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플 정도로 슬플 때도 있다. 공연이 끝난 뒤 감사하다고 전해준 한 부모의 꽃다발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면 연극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미안한 마음에 찾아오지 못한다는 아이들 소식엔 마음이 아프다. 그런 아이들에게 말한다. 

“이렇게 배운 것을 갚아라. 나에게가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든 갚으면 된다. 길 가던 이가 떨어트린 물건을 주어주든지 봉사활동을 하든지, 좋은 일을 해서 갚으면 된다. ‘무하’에 빚진 마음은 그렇게 갚아버리고 언제든 ‘무하’를 찾아와라.”

‘무하’에서 열정적으로 연습하고(아래) 공연하는(위) 청소년 연극배우들.
‘무하’에서 열정적으로 연습하고(아래) 공연하는(위) 청소년 연극배우들.

최근 단체 정체성의 재정립이 필요했다. 사회적협동조합의 형태로 ‘무하’가 재설립되고 지난해 12월에는 강원도예비사회적기업이 됐다. 상시근로자가 13명이나 된다. 연극이란 것을 해도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안정된 직장을 다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요즘도 안정된 사업체이자 극단을 유지하기 위한 숙제가 산적해 있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프로젝트. 연극전용극장이 오는 9월 3일 강대 후문 인근에서 문을 연다. 상시 극장이 생기면 1월에서 3월까지 공연이 없어 버티기 힘든 시기에도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다.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연극을 보고 자라며 꿈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영화나 보러 갈까’라는 말처럼 ‘연극이나 보러 갈까’라는 말이 나오도록 상시 연극 무대를 준비할 것이다. 하루 3회 공연을 열고 춘천에서 만든 연극과 서울에서 사온(?) 연극을 교대로 상연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여러 방면으로 운영계획을 세워놓았다.

365일 공연이 있는 상설 극장을 만드는 일에 선배들은 회의적이었다. 물론 그들의 회의 역시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따듯한 충고였다. 그들은 “한때 무대를 만들고 싶었고 후배들에게 연극으로 먹고 살게 해 주고 싶었지만 실패하지 않았냐고,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며 걱정을 앞세운다. 그러나 장 대표는 말한다. “선배님들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선배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연극으로 먹고살고 있잖아요” 라고.

‘무하’는 돈이 없는 청소년도 연극을 할 수 있고 이들이 성장하면 연극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생태계를 춘천에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9월에 문을 여는 극장이름은 ‘연극바보(잠정)’다. 진정 연극만 생각하는 연극 바보들이 만든 세상을 구경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장 대표 말대로 9월에는 연극이나 보러 가야겠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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