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기자회견 열고 사업 완전중단 때까지 무기간 단식키로
“오늘은 혼자지만 상황 지속 때는 도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

시민사회단체와 언론, 심지어 같은 당 의원들까지 나서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차례의 계획변경과 말 바꾸기로 밀어붙이려 했던 중도의 레고랜드 사업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무기한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꺼내들었다.

지난 23일 '레고랜드 중단 촉구 문화예술인, 춘천시민·사회단체, 제 정당, 범시민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강원도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고랜드 사업이 완전히 중단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다고 밝히고  오후 5시30분부터 단식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레고랜드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투쟁이 지난 23일부터 강원도청 앞에서 시작되었다. 사진 속 인물은 가장 먼저 단식을 시작한 춘천시민단체네트워크 오동철 운영위원장. 사진 이재윤 인턴기자
레고랜드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투쟁이 지난 23일부터 강원도청 앞에서 시작되었다. 사진 속 인물은 가장 먼저 단식을 시작한 춘천시민단체네트워크 오동철 운영위원장.       사진 이재윤 인턴기자

이번 대책위의 단식투쟁 돌입은 지난 9일에 있었던 대책위의 도청앞 기자회견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레고랜드 사업을 중단하고 책임자를 파면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강원도의회를 향해서는 레고랜드 사업에 대한 행정조사권을 발동하라고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최근 최문순 지사는 레고랜드 착공 속도를 높이기 위해 멀린사와 약속한 강원중도개발공사(이하 공사) 투자금 800억원 중 미지급금 600억원을 공사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담당국장에게 신속히 집행할 것을 수 차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공사 재선정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원도 보증으로 빌린 공사 사업자금이 지출되면 또 다른 법적 시비가 우려된다며 담당국장은 항명했고 지시가 반복되자 사의를 표명하고 장기 휴가를 떠났다.

착·기공식을 세 번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진행되기는커녕 시민사회에서 그동안 문제로 제기해온 내용들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자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나선 것이 이번 단식농성의 이유다. 레고랜드 공사가 순조롭게 끝나 사업이 진행되어도 실질적인 이익은커녕 이자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매년 적자가 누적될 것이라고 시민사회진영에서는 문제제기를 했다. 레고랜드 조성공사 주체를 도가 만든 특수목적법인이었던 엘엘개발에서 레고랜드를 세계 여러 곳에서 직접 경영하고 있는 멀린사로 변경하는 일이 노예계약이어서 새로운 손해를 다양하게 유발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 지사는 같은 당 도의원들을 강하게 밀어붙여 결국 시민사회 진영의 의견이 묵살되도록 했다. 

하지만 담당 국장의 항명사건에서 보듯 더는 문제를 숨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 되어 버린 문제를 보고서도 최 지사의 인정이나 대책이 없자 대책위는 무기한 단식농성이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첫날부터 단식에 들어간 오동철 춘천시민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이미 멀린사에 200억을 지급했는데도 불구하고 600억을 추가 지급하려는 등의 손실을 막기 위해 단식을 시작한다”고 했다. “오늘은 혼자이지만 단계적으로 시위 참여 인원이 늘어날 것이며,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강원도는 (대책위가 아니라)도민들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24일에는 단식을 하고 있는 오 운영위원장의 명의로 레고랜드 사업 중단 투쟁에 참여를 요청하는 호소문이 발표되었다. 호소문에서 오 위원장은 독일 마부르크 대학의 룻츠피들러 교수가 중도에서 발굴된 유적과 유물의 사진만 보고도 “이곳에 플라스틱 놀이시설을 건설한다고?”라고 말한 사실을 인용하며, 중도가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선사유적지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에 더해 “이런 위대한 유산을 파괴하는 대신 강원도가 얻겠다고 말한 내용도 모두 거짓이다”라며 “한 푼도 안 들어간다는 강원도민의 혈세로 2천140억 원이 탕진되었으며, 도민의 땅 10만여 평은 은행에 넘어간 상황이다”라고 했다. 끝으로 사업을 통해 후손들이 짊어져야 할 재정적 부담에 대해 지적하며 “춘천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동조가 필요한 순간이다”라고 호소했다. 

아래는 호소문 전문.

춘천시민 여러분!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오동철입니다. 저는 삼복염천에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한 끼 굶는 것도 싫어하는 제가 삼복염천에 단식에 나선 이유는 그만큼 중대하고 시급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문제는 더욱 많은 레고랜드 사업입니다.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는 지난 5년간 레고랜드 문제에 대해 수없이 많은 문제를 지적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저희들이 처음부터 레고랜드 사업을 반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저희들이 줄기차게 지적한 것은 투명한 사업과 도민의 이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수천 년 우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중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 레고랜드를 건설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중도 유적은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중요한 선사유적입니다. 특히 강원도와 춘천의 역사 정통성을 확인시켜줄 중요한 퍼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독일 마부란 크 대학의 ‘룻츠피들러’ 교수는 중도에서 발굴된 유적과 유물의 사진만 보고도 “이곳에 플라스틱 놀이시설을 건설한다고?”라며 “진정 미친 거 아니냐?"라고 말했습니다. 진실이 완전히 가려진 레고랜드 사업 중도 레고랜드 사업은 밝혀진 진실이 없습니다. 다른 나라의 레고랜드 사업을 보고 춘천 레고랜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거짓과 기만과 자기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된 이들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아랫목까지 내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중도 레고랜드 사업은 다른 나라의 레고랜드와는 다른 민간 부동산 개발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중도 레고랜드 사업의 핵심은 가려진 흑막과 기만과 거짓과 부풀려진 효과만 있을 뿐입니다. 최대 100년간 무상으로 땅을 내어주고 부지조성 공사 다해주고 시설물 설치비의 57.8%를 대주고 강원도가 얻을 이익은 200만 명이 넘었을 때 1인당 1천 원의 수익입니다. 연간 최대 20억에 지나지 않는 금액으로 도로 관리비 교량 유지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일 것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건 그마저도 200만 명이 넘지 않으면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레고랜드 입장객 200만 명은 불가능한 수치임이 용역에서 드러나 2015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밝힌 레고랜드 유입 관광객 분석 보고서에는 중도 레고랜드 완공 후 단 한 번도 200만 명이 입장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물론 강원도는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KDI 보고서에는 처음 몇 년간은 178만 명에서 196만 명까지 증가하다가 2030년 후에는 감소해 160만 명대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오래 운영할수록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강원도가 근거 없는 효과로 도민을 속였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강원도의 돈은 한 푼도 안 든다? 이미 2천140억 탕진, 강원도민의 땅 약 10여만 평은 은행에 넘어가 2013년 9월 16일 최문순 지사는 강원도 의회 답변에서 “강원도의 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 레고랜드 사업”이라며 “전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인 멀린사가 아무 문제없이 완공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세계 굴지라는 멀린은 우리나라 인터넷 게임 만드는 업체(넥슨)만도 못한 가격에 매각되었고, 한 푼도 안 들어간다는 강원도민의 혈세는 2천140억 원이 탕진되고 있으며 도민의 땅 10만여 평은 은행에 넘어갔습니다. 저희의 요구는 진실을 밝히라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사업이라면 왜 모든 내용이 비밀에 붙여져야 하나요? 도의회에조차 공개되지 않는 협약과 계약은 누가 검증해야 하나요? 무조건 믿으면 되나요? 정치인들과 고위 공무원들은 떠나면 그만입니다. 정치인들은 다른 곳에 가서도 똑같이 잘 살 것이고, 고위공직자는 또박또박 연금 받아 가며 노후를 즐기겠지요.

남은 빚은 누가? 도민의 땅은 누가 찾아오나요? 누가 레고랜드를 반대합니까? 정상적인 사업이라면, 전 세계가 지켜야 한다는 유적을 피해서 한다면...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밝히고 도민의 이해를 구해서 하면 된다는 것이 저의 요구입니다. 자식들에게까지 넘겨줄 빚을 왜 지는지는 알자는 것이 저의 요구입니다. 존경하는 춘천시민 여러분! 춘천은 의병의 고장입니다. 항일 학생운동의 본거지입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예우도 하지 못한 곳입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지금도 현실은 그대로입니다. 광복 이후 전국에서 유일하게 일제의 관폐 신사가 보전된 곳도 춘천입니다. 저는 그 어느 지역보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던 춘천이 이유도 모르는 빚을 지고, 땅이 사라져도 눈을 감는 것을 볼 수가 없어 단식에 나선 것입니다. 저의 단식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저도 모릅니다. 일을 시작하면 중단한 적 없는 저였기에 아직은 저도 끝을 알 수 없습니다. 저의 단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저는 책임질 것입니다. 다만 춘천시민들께 한 가지만 부탁을 드립니다.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후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현대인으로 남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박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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