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소송 정리되는 대로 800여점 40억에 구입 예정
“10대를 춘천에서 보낸 인연, 권진규를 알리겠다”

옥광산의 권진규 미술관이 잠정 폐쇄돼 시민의 안타까움을 산 가운데 춘천시가 권진규 미술관을 짓겠다고 밝혔다. 구상조각의 거장 권진규(1922~1973)는 함경도에서 태어났지만 춘천고등학교(당시 춘천고등보통학교 5년제)를 졸업하며 춘천과의 인연을 만들었다.

지난 16일 이재수 시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시립 권진규 미술관’을 건립하고 춘천에서 10대를 보낸 위대한 작가를 알리겠다고 밝혔다. 미술관은 춘천문학관과 함께 옛 캠프페이지 인근에 지어질 계획이다. 

중·고교 미술교과서에 실린 권진규 작 ‘지원의 얼굴’
중·고교 미술교과서에 실린 권진규 작 ‘지원의 얼굴’

기존 옥광산의 권진규 미술관은 예술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부 업체에 맡겨지며 문을 닫은 상태다. 2015년 유가족에게 권진규 작품을 매입한 춘천의 ㈜대일광업(옥광산)은 경영상 어려움으로 올해 1월 대부 업체에서 20억 원을 빌리면서 작품 전체를 담보로 넘겼다. 이런 상황에서 애초 계약상에 있던 미술관 건립 이행이 이뤄지지 않자 유가족은 지난 2월 ‘작품 양도 금지 및 권진규 미술관 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소송을 냈고 지난 5월 법원은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대일광업 측은 “건물 매매비용으로 작품을 다시 찾아올 계획이었으며 2020년까지 미술관을 짓겠다는 합의 내용 또한 아직 기한이 남아있어 약속 미이행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시에서 미술관을 짓는 것에 대해 “거장의 막대한 작품을 개인 차원에서 관리하고 소장하는 것보다 시에서 보관·관리 하는 것이 일반 개인이 취급하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 소송 문제가 있기 전부터 춘천시청과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춘천시는 유가족과 대일광업의 소송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800여 점의 작품을 40억 원에 구입할 예정이다. 이 금액은 대일광업이 유가족에게 지급한 금액이다.

그만의 미술관이 춘천에 생기게 된 조각가 권진규. 그는 강렬하며 고독한 인생을 살았다. 함경북도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사업체가 있던 춘천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1948년 일본 무사시노 미술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했다. 일본 ‘이과회전’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며 천재적 재능을 인정받기도 했다. 1959년 고국으로 돌아와 1966년부터 홍익대와 서울대에서 시간강사로 일했지만 1973년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리다 “인생은 공(空)이며 파멸이다”란 말을 남기고 그의 작업실에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주로 테라코타(적갈색 점토를 구운 것)와 건칠(마른 옻칠) 기법으로 수많은 지인의 초상과 자소상을 제작했다. 그의 작품 ‘지원의 얼굴’은 중·고교 미술 교과서에도 실려있고 ‘한국 조각 미술계의 1세대이자 조각계의 거장’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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